참여...(노짱관련)

‘국가기밀 자료’를 기자가 어떻게 볼 수 있었는가

노둣돌 2010. 8. 19. 11:29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전 과정을 직접 준비하고 참여했던 우리들은 지난 8월 11일자 <중앙일보> 강찬호 정치부문 차장이 쓴 ‘임태희·이재오와 남북정상회담’ 칼럼을 읽고 큰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모욕감을 넘어 이 칼럼에 적시된 내용이 가져올 남북관계 경색을 크게 우려하면서 아래와 같이 우리의 생각을 제시하고 해명을 요구합니다.

첫째, 우리는 이 칼럼에서 “8.8 개각을 통해 정상회담의 모멘텀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강 차장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남북정상 회담을 성사시킬 위치에 있는 사람은 강 차장이 거명한 2인이 아니고 또 그들이어서는 안되는 데다, 정작 성사시켜야 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들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팀들이며 이들은 8.8 개각에서 전원 유임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공식 라인을 제치고 대통령 실장과 특임장관에게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모멘텀을 기대한다면 심히 실망스럽습니다.

둘째, 강 차장이 칼럼을 통해 적시한 ① 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읽고 나서 보인 반응, ② 최종 합의문 서명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보인 꼼수, ③ 우리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우려를 표시하자 김 위원장 측이 무례한 방식으로 일축하였다는 얘기, ④ 강 차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고 북한 지도자가 한몫 챙기기 위해 잘 구사했다고 평가한 두 가지 전술, ⑤ 좌파들의 ‘묻지마’ 식 정상회담 요구 등 이상 5가지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 제시와 해명을 요구합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석상에 배석했고「남북정상회담록」을 정리·보관·관리하였던 우리들로서는 강 차장의 일방적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라 동의할 수 없으며, 강 차장의 칼럼 내용은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합니다.

셋째, 강 차장은 칼럼에서 “하지만 지난 두 번의「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이 두 가지 전술을 잘 구사해 한 몫을 챙긴 쪽은 북한의 지도자였다”고 기술하여 자신이 1급 비밀인「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았음을 시인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보았다는 이 국가 기밀자료를 강 차장이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으며, 이는 중대한 국가기밀 누설사건으로 강 차장의 해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1급비밀’로 분류하여 국가정보원 담당부서에서 비밀관리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다가 이명박 정부에 고스란히 인계하였습니다.

강 차장이 스스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극비 중의 극비로 분류된 이 대화록”, “대화록은 극비이기에”라고 기술하고 있듯이 이는 국가기밀자료로서 강 차장은 이를 열람할 위치에 있지 않고 또 공개되어서도 안되는 사안입니다.

우리는 이 중대한 국가기밀자료 누설사실을 정부 내 관계담당관에게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고발하였으니, 조사가 진행되면 성실히 답변하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실무 주역이었던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국민들이 전쟁의 불안감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남북정상회담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가 막후에서 성사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신뢰입니다. 우리는 정부의 책임 있는 담당자를 통한 신뢰구축 없이는 어떤 비선 조직이나 막후접촉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합니다.

신뢰구축의 가장 중요한, 아니 유일한 길은 「10.4 남북정상선언」의 성실한 이행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은 상대방이 있는 극히 민감한 사안으로, 대화의 상대방인 북의 정상에 대해 ‘꼼수’ ‘무례’ ‘한몫 챙기기’ 등의 악의적이고 사실과도 다른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표현이 남북정상회담의 ‘모멘텀’을 만들어내려는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에 반영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0년 8월 1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당시의
통일부 장관 이재정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백종천
국가정보원장 김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