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노짱관련)

“노 대통령의 한마디에 가슴이 콱 막힌 이유는…” 참여정부 ‘비전 2030

노둣돌 2011. 3. 2. 09:50

 

 

 

“노 대통령의 한마디에 가슴이 콱 막힌 이유는…”
[김용익 미래발전연구원장 인터뷰] 참여정부 ‘비전 2030’ 재조명

(노무현재단 / 김용익 / 2011-02-28)


김용익 참여정부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지난 1월 ‘노무현 정책연구소’로 통하는 <미래발전연구원>의 원장에 취임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김 원장은 당시 뜨거운 이슈인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의사 출신(서울대 의대 교수)으로서 드물게 찬성에 앞장섰다. 그는 “그 덕에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나를 싫어해요”라며 웃었다.

김 원장은 90년대 말 의료보험 통합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 의료보험공단은 직장별, 지역별로 나눠져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시달렸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약한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지역의 공단은 질식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건강보험공단이 출범했다.


“무서울 정도로 본질을 꿰는 분”

서울 마포구 <미래발전연구원>에 만난 김 원장은 인터뷰 중반에 노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서성였다. 회고가 깊어질 때면 담배를 피워 물거나 물을 마시며 먼 창 밖을 응시하곤 했다.

김 원장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 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당시 쌓은 공부 덕분에 사회정책수석으로 발탁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재임 시절 노 대통령의 복지에 대한 철학을 묻자 “무서울 정도로 본질을 꿰는 분”이라며 한 일화를 꺼냈다.

“참여정부에서 육아지원 예산이 2,300억 원 수준에서 무려 2조 7백억으로 늘었어요. 당연히 대통령님의 확고한 의지와 지시가 없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죠. 당시 저는 사회정책수석으로서 예산을 많이 따내기 위해 주로 경제 논리로 접근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 예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변했습니다.

어느 날, 국정과제회의 시간에 대통령께서 보고 내용을 다 듣고 ‘알았다’고 하시며 던진 말씀 한마디가 참 기억에 남아요. ‘육아지원 예산의 첫 번째 목적은 우리 애들을 잘 키우기 위한 것이죠’

무슨 말이냐 하면, 저희는 예산 늘릴 생각만 했지 국가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콘텐츠는 빈약했거든요. 그것을 지적하시니 가슴이 콱 막히더군요.”

 


 

“비전 2030의 입안자는 참여정부, 어떤 특정인이 될 수 없어”

그는 복지에 관한 또 다른 일화를 밝혔다.

“인수위 시절, 자문 자격으로 복지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보고를 드리러 갔는데 그때 대통령께서는 ‘분배는 경제 문제다. 경제와 분배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함께 들어간 교수가 나오면서 저에게 불만을 제기했어요. 사실 저도 잘 이해가 안 됐어요. 당시 대통령님이 복지에 관심이 별로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논리가 나중에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근거로 한 ‘비전 2030’의 모태가 된 것입니다.”

김 원장은 “비전 2030은 절대 누가 주요 입안자라고 할 수 없어요. 정부 기관이 서로 협력해서 만든 것이자 참여정부 집권 이후 계속 늘려온 복지예산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비전 2030의 주요 입안자로 알려져 있다는 질문에 대한 겸손한 답변이었다.

“노 대통령도, 참여정부도 비전 2030으로 당장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복지와 분배란 측면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치에 접근하길 바라며 설계한 것입니다”

그는 “그 비전을 보수든 진보든 다음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길 바란 것”이라며,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복지 논쟁을 반겼다. 그러면서도, 증세 논쟁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복지를 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으로 (증세) 문제가 넘어가면 본질이 쉽게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 2006년 8월 30일 정부중앙청사별관에서 열린 ‘비전 2030 보고회의’

 

 

다음은 김용익 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복지국가의 세 가지 전제

 

- 참여정부 복지의 핵심정책인 비전 2030의 주요 입안자로 알려졌다. 비전2030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관련된 사람이 수십 아니 수백 명이라 할 수 있다. 뚜렷이 주요 입안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대통령님이지(웃음). ‘비전 2030’은 2006년 이후 2030년까지 약 25년간 한국의 복지 수준을 OECD 평균까지 왜,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비전이란 어떤 계획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아쉽게도 당시 참여정부의 임기가 2년 반 정도 남은 시기였다. 앞서 집권 2년 반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예산 증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즉 다음 대통령과 정권이 그 비전을 따라가 달라고 기대를 담은 일종의 주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정부 기관 간 갈등, 특히 기획예산처와 복지를 바라보는 시점이 꽤 달랐을 텐데 어떻게 협의했나.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부터 복지에 대한 고민을 하셨다. 양극화 해소, 저출산 대책 등에 대한 작업을 여러 번 지시하셨다. 또 주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특정 부서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정부 기관 간 협의의 방식을 택했고 이를 매우 중시 여기셨다. 복지부, 예산처, 노동부 등 일상적으로 부처 간 협의를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가 없었다.”

 

- 당시 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재정문제가 당연히 고민이 된다. 대통령께서도 증세를 해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셨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증세란 것은 쉽게 거론하기 힘들다.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증세 문제를) 언급하려 했지만 당시 트집이 없어도 트집 잡아 공격하는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 문제)를 본격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다소 빈약하다고 해서 비전 2030의 가치가 결코 작아질 수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우리나라가 이미 복지국가가 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참 이상한 이야기다. 굳이 선의로 해석하자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의 초기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점차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지난 10년간 민주정부가 쌓은 공적이다.”

 

- 원론적이긴 하지만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국민들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수준이 높은 나라, 그것이 복지국가에 대한 통념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는 세 가지 전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선 그 나라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할 것, 두 번째가 경제발전의 수준이 높은 나라, 세 번째가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 이 세 가지 성격이 다 있어야 한다. 여기서 단 하나만 빠져도 복지국가라 할 수 없다.

대통령께서는 특히 경제성장 기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경제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불균형성장 국가는 복지국가라 할 수 없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균형성장을 맞출 것인가 고민이 깊으셨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비전 2030’이다.”

 


 

“야권연대, 선행적 과제와 후순위 과제 합의해야”

 

- 지난 지방선거 이후 복지정책이 선거에서 표심을 가르는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정책의 수준을 어떻게 보나?

“예전에는 국민들이 선거에서 공약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읽는다. 2012년 선거에서도 상당한 국민들이 공약을 읽고 평가할 것이다.

박근혜 복지는 생애주기복지 등 기조는 참여정부 ‘비전 2030’과 비슷하다. 그러나 두께가 확연히 다르다. 두께란 실질적인 실현방안이다. 가령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국가 정책수단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안도 같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빠져 있다.

야권을 보자면 정치의 특성상 ‘무상급식’처럼 각론적인 정책이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론과 전체적인 방향이 없어서는 정책이 중구난방이 된다. 야권연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서로 공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행적 과제와 후순위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합의해야 한다.”

 

- 사회정책수석을 역임하셨는데 직제상 교육, 노동, 환경, 복지 등 지나치게 방대한 분야를 포괄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강점도 꽤 있었다. 교육과 복지, 노동과 복지의 연관 관계는 상당하다. 같이 아울러 조정하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란 측면에서 효율성이 더 좋았다고 평가한다.”

 


 

“우리 목적은 노무현의 사상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 미래발전연구원은 어떤 계기로 설립되었나?

“인연이라면 대통령님께 지시받은 거다. 퇴임 전 대통령님께서 사상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대통령님 퇴임 직후 당시 성경륭 실장, 김수현 환경부 차관, 그리고 제가 돈을 조금씩 갹출해서 청와대 앞 오피스텔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사무실을 얻었다. 그것을 모태로 성장해왔다.”

 

- 미래발전연구원의 지향점과 정당 연구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미래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 싱크탱크가 목표다. 우리는 노무현의 사상과 가치가 살아서 움직이게 만들 의무를 갖고 있다. 당의 연구소는 당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분석한다. <미래연>은 어떤 특정 정당의 관점이 아니라 ‘진보’란 테제와 ‘노무현’이란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연구할 것이다.”


 

 

 

비전 2030

 

2006년 8월 참여정부가 ‘성장과 복지의 동반’이란 모태로 제시한 비전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2030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수준인 21%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과 함께 보고서에 제시된 50개 과제를 추진하면 203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9천 달러, 삶의 질 세계 10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표되자마자 보수, 진보 양쪽의 공격을 받았다.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세금폭탄론’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신자유주의 아류’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여당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무상급식’부터 시작해 최근 야당이 내놓은 ‘무상복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 내놓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도 비전 2030을 인용했다.

 

 

김용익 / 미래발전연구원장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38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