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비겁한 변명…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FTA 안 했을 것”
(서프라이즈 / 김반장 / 2011-07-06)
죽은 이는 말이 없다고, 유시민 대표의 어제 한미 FTA에 대한 사죄발언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분명히 한 말씀 하셨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이미 그분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생전에 한미 FTA에 대해 하셨던 발언들을 정리해보았다.
일부 좌파진영이나 조국 교수 같은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이후 한미 FTA에 대해서도 과오라고 성찰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 글에는 이에 대한 반박도 들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국제정세와 미국정세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서 한미 FTA에 대한 실용적인 재협상 또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을 하셨지만, 본인이 재임 시절에 추진했던 한미 FTA에 대해서 그 추진 자체를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식의 언급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8년 여름, 진보신당 심상정의 예의 없는 토론제기에 성실히 응답하면서 심상정의 주장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였고 이 기조는 서거할 때까지 유지되었다.
유시민 대표가 개인적인 반성문이랄지, 아니면 전향선언이랄지, 그런 것을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당원, 지지자들에게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유시민 대표 개인,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정치적 생존과 관련된 실존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 FTA를 추진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신의와 기본적인 정치도의를 저버리는 비겁한 행위이자 변명에 불과하다.
설혹 유시민 대표가 장관 재임 시절 한미 FTA를 국무회의에서 반대했다고 치더라도, 유시민 대표는 이미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3대 공약으로서 “선진통상국가, 사회투자국가, 평화선도국가”를 내걸고 나왔다. 대통령 출마를 앞두고 펴낸 그의 저서 ‘대한민국개조론’에는 그 선진통상국가론에 대한 설명과 논리가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즉, 유시민 대표는 2007년에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참여정부가 견지해온 국정운영기조와 다르지 않은 선진통상국가로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약을 한 것이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서 이런 언행을 보인 차에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 FTA를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의 언급은 그 자신의 언행과 정치인생에 비추어봤을 때도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유시민 대표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떳떳하지 못하고 진실되지 못한 언급인 것이다.
아래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한미 FTA에 대한 어록들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개방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해도, 흔히 말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에 뛰어들 것인가, 회피할 것인가? 세계 경제가 이렇게 운동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FTA를 회피해도 함께 갈 수 있는 것인가? 낙오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불확실하지만 뛰어들어야 적어도 낙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일찍 뛰어들면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우리 국민들의 역량에 대한 믿음입니다. 버거운 사태가 벌어졌을 때, 또는 지금부터 변화를 해야 하는 과제가 던져졌을 때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할 만큼 적응력이 높습니다.
감당해갈 수 있다는 믿음, 우리 국민들의 역량에 대한 믿음, 그것이 FTA를 결정하게 된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무리 앞서가고 싶은 지도자가 있어도 국민들이 이 새로운 상황이나 혼란스러운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결단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국민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면 결단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 국민들에 대해 그만한 믿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과거로부터 법칙을 배우고 그 법칙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아닙니까? 개방문제와 관련해서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 이후에 사실로 증명된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이 되어버렸습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초반의 외채망국론, 저도 열심히 강연하고 다녔습니다. 책 읽고, 팸플릿도 읽었습니다. 일면의 논리는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WTO(세계무역기구) 가입도 반대했습니다. WTO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OECD가입, 저도 야당일 때 안줏거리처럼 비판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OECD가입이 지금 와서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나라 서비스업, 특히 유통업 등의 개방이 많이 있었고, 한-칠레 FTA까지 개방이 있었지만 다 넘겨왔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진보진영에서는 “금융개방을 해서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방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방의 준비 부실 탓입니다. 경제전체의 핵심적인 시스템에 해당하는 금융개방 문제에 준비가 부실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준비 부실의 문제였지, 개방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자본을 지배해서 결국 한국 국민들을 노예화한다는 논리가 결국 완전히 다 바뀌지 않았습니까? 2002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GM 인수를 반대하며 공장 근로자들이 결사투쟁을 했었습니다. “GM의 자본이라도 들어와서 세계시장을 상대로 이 공장을 돌리면 여러분의 일자리는 복원되지 않겠느냐?”라고 제가 그렇게 호소를 했지요. 그때 일부 조합원에게 계란도 맞긴 했지만. 그러나 그때 해고된 모든 노동자들이 다 복직됐습니다. 당시에 GM이 인수를 하지 않았으면 그 공장은 문을 닫는 것입니다. 무슨 재주가 있겠습니까? 국가 자본이 들어와서 대우를 경영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삼성자동차 역시 외국자본에 팔지 말고 정부가 인수하라고 부산 시민들이 주장했습니다. 저는 외국자본에 1원에 팔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욕을 먹었습니다. 지금 보십시오. 그 공장도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이나 사실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는 자세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아니고, 정치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아닙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과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사실로 인정할 줄 알아야 오늘을 바로 해석할 수 있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아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가장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정책에 있어서도 학자들보다 한 걸음 앞서가야 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진보주의 사람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이, 정책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허하게 교조적 이론에 매몰되서 흘러간 노래만 계속 부르면 안 됩니다. 일부 고달프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선동해서 끌고 갈 수 있겠고 소위 강단사회주의라고 불리는 급진 지식인들은 뭉쳐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책임 있는 정답은 아닙니다.
이 점에 관해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류하지 않은 문명은 전부 쇠약하고 소멸했습니다. 세계의 역사, 이른바 물질적 측면의 세계 역사는 통상 국가가 주도해왔습니다. 물질문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러나 지배받지 않으려면, 지배력에 대항하려면 적어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통상국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선진적 통상국가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방하고, FTA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협정의 내용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도 그리고 다른 나라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한미 FTA 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금융 제도 부분에 그런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도 고치고 지난번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하여한 아쉬운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재협상 없이는 발효되기 어려운 협정입니다. 폐기해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폐기할 생각이라면 비준 같은 것 하지 말고 폐기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한미 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당장 발효하는 것보다 5년, 10년, 15년 기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비준만 해도 미국 쪽의 사정을 보면 어차피 상당한 시간은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준을 서두르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 위기 극복을 위한다면, 당장 결판이 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국회를 극한 대결로 몰고 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걱정이 많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입장은 그 어느 것도 아닙니다.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황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정책은 상황이 변화하면 변화한 상황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실용주의이고, 국익외교입니다. 이것이 원칙입니다.
요즈음에도 한미 FTA의 타당성에 관하여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온 나라가 들썩거릴 만큼 토론을 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참가하고, 많은 시민단체가 참가하여, 많은 학자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반대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KBS, MBC 특집도 반대편에 섰습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국민이 많았으나, 그렇게 1년이 넘도록 토론을 한 후에는 훨씬 많은 국민이 지지를 했습니다. 지금 다시 질문에 답하고 토론을 한다는 것은 제겐 감당하기 좀 벅찬 일입니다. 좀이 아니라 한참 벅찬 일입니다. 저는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질없는 노력을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FTA를 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EU도, 중국도, 인도도 FTA를 합니다. 이들 나라가 모두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슨 정책을 이야기하거나 정부를 평가할 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너 신자유주의지?’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옛날에 ‘너 빨갱이지?’ 이런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왜곡되고 교조화되고, 그리고 남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오늘은 심상정 대표의 글에 대한 저의 견해를 좀 쓰겠습니다. 심 대표님은 제게 ‘정직하고 통 큰 고백’, ‘고해성사’, ‘사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토론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예의에 맞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심 대표님이 주장하는 논점에 관한 의견입니다. 첫 번째 논지는 핵심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만, 읽고 또 읽어서 정리해 보니, 결국 ‘동북아 금융허브론’이나 ‘한미 FTA라는 외부 충격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 정책이 ‘금융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것으로 진단하고, 제게 ‘제조업을 경시하고, 금융허브를 발전 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무모함과 금융 자유화를 제도 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 FTA의 과오’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요구에 대하여 저는 다음과 같이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의 금융위기가 한국의 동북아 허브 쟁책, 또는 한미 FTA 때문에 생긴 것이 맞습니까? 지금의 금융위기가 ‘무분별한 개방’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논지인 듯한데, 그렇다면 그 개방은 언제 적 개방을 말하는 것입니까?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나 한미 FTA 정책으로 우리 금융 제도가 얼마나 달라졌고 더 개방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는 규제 개혁과 개방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정책의 대부분은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의 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한미 FTA 안에는 금융 규제의 완화나 개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없다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만, 그 어느 것도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역시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입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직접의 논점은 아니지만, 제가 ‘제조업을 경시’한 일은 없다는 점도 밝혀 두고 싶습니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금융 허브 전략이나 한미 FTA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할지라도 개방과 FTA 전반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해야겠지요.
심 대표의 글을 읽어보면,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인지, ‘무분별한 개방’만 문제 삼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저는 ‘과연 우리가 개방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인가?’ 이렇게 묻고 싶고, 무분별한 개방을 문제 삼는다면 ‘어떤 개방이 분별 있는 개방인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우선 개방 일반에 관하여 생각해 봅시다. 세계에서 그런대로 산다고 하는 나라치고 개방 안 한 나라가 어떤 나라가 있는가요? 제가 알기로는 개방을 한 나라들 중에는 잘사는 나라도 있고 못사는 나라도 있지만, 개방을 안 한 나라 중에는 잘 사는 나라가 없습니다. 결국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입니다. 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심 대표도 ‘무분별한 개방’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다시 의문이 생깁니다. 심 대표가 생각하는 분별 있는 개방은 어떤 개방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동안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개방을 했습니다. 지난날 우리는 그 모든 개방을 반대했습니다. 반대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우리 시장을 다국적 기업에게 모두 내 줄 것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개방으로 인한 우리 국내의 산업 구조 조정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우리 시장을 외국 기업에게 다 내 주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잘 버티어 준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무분별한 개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산업의 구조 조정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많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농업과 재래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과연 개방을 하지 않으면 이런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요? 농민들과 재래시장은 옛날 방식으로 계속 잘 살 수 있는 것일까요? 과연 그렇게 해서 우리 경제가 세계의 경쟁 속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요?
더욱이 우리 경제는 수출을 빼고는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경제입니다. 우리 시장만 문을 닫아걸어 놓자고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개방은 마냥 늦추자고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결국은 정부가 구조 조정에 따르는 피해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FTA는 개방의 한 가지입니다. 심 대표는 한 칠레 FTA를 반대했습니다. 우리 농업의 많은 부분이 몰락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한 싱가포르, 한 아세안 FTA를 체결했고, 한 EU, 한 카나다 FTA는 협상 중입니다. 중국과의 FTA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면,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도 FTA를 합니다. 세계에서 FTA를 안 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들인가요? 어떤 FTA가 분별 있는 FTA이고 어떤 FTA가 무분별한 FTA입니까?
심 대표는 무분별한 개방, 미국식 FTA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얼른 보면 모든 개방,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반론을 곤란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얼버무린 것일까요?
심 대표의 두 번째 논점은 자동차에 관한 것입니다. 심 대표는 미국은 FTA 재협상이 아니라 자동차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FTA에 집착하여 자동차 시장을 내 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궤멸할 것이라는 논지를 전제로, 저에게 한미 FTA 폐기에 나서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 될까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아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저 먼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장벽이 낮아지면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는 심 대표의 가정은 사실일까요? 과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우리 시장에서 미국 차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 될까요? 그래서 보호주의로 국내시장이라도 지키자는 것인가요? 심 대표의 말대로 ‘가장 넓은 고용 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국내 시장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하면 고용 기반이 유지되는 것일까요?
이런 문제들은 우리 자동차 산업, 부품산업의 내수시장과 세계시장의 규모와 경쟁력의 요소들을 면밀하게 비교해 보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보호정책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심 대표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우리가 보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 산업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일 것입니다.
본론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심 대표의 글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 미 FTA에 대한 미국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하여 쇠고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논점에 관한 의견입니다. 심 대표는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결국 제가 미국과 FTA를 했으니 신자유주의자라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작은 정부, 감세와 복지의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을 주장하는 사상을 일컬어 신자유주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노동의 유연화, 개방은 규제 철폐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심 대표는 ‘미국식 FTA’를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대로 하면 미국식 FTA가 아닌 일반적인 개방이나 다른 FTA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미국식 FTA’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이고, 다른 것들은 그냥 신자유주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여 좀 헷갈립니다만,
어떻거나 미국식 FTA이든, 그냥 FTA이든, 개방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개방’이 신자유주의 사상의 핵심 요소라면 FTA를 추진하는 것은 그 하나만으로도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핵심 사상이 따로 있고, 개방은 그 내용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면 FTA나 개방을 추진한다 하여 그 하나만으로 바로 신자유주의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개방’이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일까요? 신자유주의는 공급주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론으로, 케인즈 주의와 대비되는 사상입니다. 이 두 사상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케인즈 주의는 ‘시장은 불완전하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공급주의 이론은 ‘정부가 문제이므로 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작은 정부’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세, 복지의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 등 모든 교리는 ‘작은 정부’라는 사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주장이나 정책이 신자유주의 교리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작은 정부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이를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부가 개방에 적극적이라고 해서 그 한 가지를 가지고 그 정부를 바로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대부분 개방을 하고, FTA를 하고 있으므로 이들 나라 정부 모두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말해야 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부자를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입니다.
김대중 정부는 노동의 유연화를 기존의 판례의 범위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일부 민영화를 추진했고, 개방과 한 칠레 FTA를 추진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는 중단했고, 나머지는 계승하고, 한미 FTA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부 감세를 받아들였으나 이것은 대세에 밀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밖에는 전반적으로는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지출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했습니다. 국내 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과 재정에 의한 재분배 효과도 확대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한 투기 억제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비전 2030도 내 놓았습니다.
정말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일까요? 과연 그 정부들이 부자의 정부, 강자의 정부였을까요?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왜 그 정도밖에 가지 못한 것인지는 심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든 저는 좀 더 유능하지 못했던 점에 관하여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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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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