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노짱관련)

<진보와 권력②> 대통령비서실과 국정과제위원회 4화

노둣돌 2011. 11. 14. 09:24

 

 

<진보와 권력②> 대통령비서실과 국정과제위원회 4화

 


“경제부처 반대에도 국정과제위가 개혁정책 추진”

 

- 참여정부 육아예산 ‘2300억→2조700억’, 부처간 벽을 허문 결과

 



 


국정과제 혹은 대통령의 국정방향에 따라 국정과제위원회가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부처가 단기과제와 정책현안을 집행하는 대통령-국정과제위-부처의 삼각구도, 그 속에서 정부조직을 종횡으로 엮는 매트릭스 조직의 한 축이자 정책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민간 또는 시민참여의 주요 통로인 국정과제위원회의 효용은 여러 방향으로 발휘됐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부처 할거주의 극복.

통합하면 보이고, 멀리 보면 보인다

사회가 다원화함에 따라 정부업무도 한 부처 단독으로 다룰 수 없는,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사안들이 많아졌다. 부처에서 ‘자기 영토’를 고집해 이를 따로따로 다루면 전체적인 파악도 어렵고 정부의 업무효율성도 떨어지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일례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소관 부처가 각각 교육부(유아교육), 여성부(어린이집 보육)로 나뉘어져있었다. 소관 부처가 다르고 재원도 다르고 각자 업무를 고집하니 조율이 안 됐다. 김용익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말이다.

“그래서 미래사회위원회가 보육과 유아교육을 합쳐 ‘육아지원’이라는 개념을 잡았어요. 육아지원 예산은 여성부와 교육부 예산을 합쳐서 파악해야 하는데, 두 부처 중 어느 부처도 정확한 전체 예산을 몰라요. 그래서 두 부처의 보고를 따로 받아 합쳐서 집계했죠. 보니까 국민의 정부가 넘겨준 예산이 2300억원 정도였어요. 참여정부에서 예산을 늘려 이명박정부에 2조700억원을 넘겨줬어요. 그러니까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사업을 하려면 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김용익)
같은 맥락에서,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어느 부처도 하려고 하지 않는 과제나 장기 관점에서 국가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는 과제에 대해서도 국정과제위가 역할을 맡았다.

“미래사회위원회가 추진한 과제 중에 ‘고령친화산업’에 관한 것이 있어요. 그때까지는 실버산업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복지부가 추진하려고 하니까 산업 차원에서 다룰 수가 없고, 산자부에서 다루려고 하니까 고령사회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그런데 앞으로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잖아요. 이것을 미래사회위원회가 담당한 거죠.”(김용익)

요양서비스 등은 복지부, 고령자를 위한 보험·금융상품 등은 재경부나 금감위, 고령자를 위한 물품생산은 산자부, 노인주택은 건교부 등등. 실제로 고령친화산업은 거의 모든 부처에 걸쳐있었다. 이처럼 국정과제위는 개별 부처에서 소화하기 힘든 과제, 그러나 국가가 해나가야 할 주요 정책의 공백을 메워나갔다.



노 대통령 결정 뒷받침, 개혁정책 집행

무엇보다 국정과제위는 민간 참여와 토론 활성화 등을 통해 대통령의 결정을 뒷받침하고 개혁정책 집행에 일조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개하는 단적인 사례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빈부격차차별시정위에서 만든 안인데, 처음에는 부처에서 반대했습니다. 재경부 장관이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반시장적인 제도 아니냐’ 해서 반대했죠. 민간위원 중 교수 한 명이 발언권을 얻더니만 딱 반박을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친시장적이고 시장원리에 맞는 제도다. 영국에서도 하고 미국에서도 하고 성공적인 것인데 장관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대통령이 듣고 나서 ‘합시다’, 그래서 통과됐습니다.”(이정우)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경제부처에서 꽤 사보타지를 했지요. 그렇지만 계속 국정과제회의에서 추진력을 얻어가지고 간 것입니다. 국정과제위원회가 없었다면 그런 개혁들이 아마 불가능했을 거예요. 종합부동산세나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아이디어 자체가 안 나오고요. 많은 아이디어가 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이정우)

지금까지는 몇 가지 사례 일별이고, 다음은 성과 총괄이다. 국정과제위원회가 12대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행정개혁 로드맵, 인사혁신 로드맵,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 등 과제별로 100대 국정과제 로드맵을 완성한 때가 2004년 3월이었다. 위원회별 로드맵 과제수는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13개 △정부혁신·지방분권위 30개 △국가균형발전위 16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5개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 8개 △지속가능발전위 6개 △빈부격차차별시정위 12개 △교육혁신위 5개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 5개 등이었다.

 


100대 로드맵과제, 정책으로 전환․실행

로드맵 과제 중 2004년까지 26개 과제에 대한 정책화작업이 완료돼 부처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2005년까지는 59개 국정과제, 2007년까지 100대 국정과제 로드맵의 정책화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

 


참여정부 국정과제위원회 주요 성과

 

주요 성과
내용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제도적 기반 구축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 균형발전특별법 제정, 균형발전특별회계, 균형발전 5개년계획 수립 등 제도적 기반구축 완료
-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지방대학 육성 등 지방의 혁신역량 강화사업 추진
-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제도 및 신활력사업 추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동체
건설을 위한 청사진 마련
-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 구체화
- 동북아공동체 건설을 위한 청사진 마련 풀코스모스지역아동센터
투명하고 일 잘하는 정부
구현을 위한 정부혁신과
지방분권 추진
- 6대 분야 정부혁신지방분권로드맵 마련
- 로드맵을 바탕으로 각종 개혁과제 발굴(국가평가인프라 구축, 고위공무원단 도입, 자치경찰제 도입 등)
- 기획된 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이해관계 조정 지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준비 완료
-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의 조기마련
- 행정도시특별법 합헌 결정, 토지매입 착수 등 사업추진기반 공고화
국가 지속가능발전 비전과
핵심전략 마련 시
- 물, 에너지, 국토이용, 공공갈등관리 등 각종 과제의 로드맵 마련
- 물관리기본법,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 등 정책조정을 위한 기반 조성
빈부격차와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
- 사회안전망 강화, 일을 통한 빈곤탈출정책, 서민주거안정 지원 등을 통한 빈곤의 대물림 방지 노력
- 장애인, 여성, 외국인에 대한 차별시정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제안
- 2008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과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 마련
- 교육과정 및 교과서 현대화 등 좋은 학교 만들기 방안 마련
- 도시영세민 유아교육 발전방안 등 교육복지정책 제안
농어업․농어촌의
미래와 희망 제시
- 농업․농촌 종합대책 및 수산업․어촌 종합대책 수립
- UR 이후 농어촌 투․융자 평가와 향후 투․융자 방향 제시
- 도․농 상생을 위한 도시민의 농어촌 정주지원 정책의 기초 마련
- 농업․농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 창출에 노력
새로운 국가기술혁신체계
구축 기반 마련
- 국가기술혁신체계(NIS)라는 종합적․체계적 과학기술정책과제 제시
- 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
신경쟁력 확보, 일자리 창출,
일과 삶의 조화 등 추진
- 물적투자 중심에서 인적투자 중심으로 투자개념 전환, 일과 삶이 조화된 사회, 성장과 일자리 창출 병행 등 발전전략 마련
문화를 통한 도시발전의
새로운 모델 창출
-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지역특화형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추진 및 모델과 비전 제시
저출산 고령화 대응을 위한
기반 구축
-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방향 제시
-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등 법․제도적 기틀 마련

 

100대 로드맵 과제 중 국가의 발전적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가 41건인데, 이는 과거정부의 각종 개혁위원회와 다른 점이었다. 과거정부에서는 주로 집권 당시 대통령이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일정 체제 안에서 개혁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했다.

 

참여정부는 이와 달리 국정과제위원회에서 총액예산배분제도(Top-down 예산제도), 고위공무원단 제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기존 체제를 새롭게 바꾸는 혁신을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대 중심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청사진, 저출산·고령화 등 앞으로 닥쳐올 국가적 위기에 대한 장기계획 수립 등 비전 제시, 미래과제 대책 마련이라는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앞서 거론했듯, 정부부처의 경우 그 특성상 주로 일상적인 단기현안과제에 치중해 장기과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과거 정부위원회도 부처간 장벽을 가로지르며 정책을 통합·조정하고 미래과제에 대비하는 성과와 효율을 이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위 활동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유의미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해찬 전 총리, 이정우 전 정책실장은 국정과제위 위상과 역할을 되짚으며 어제와 오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로드맵정부’와 ‘즉흥정부’

“위원회 제도의 큰 장점은 투명성입니다. 장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위원회를 통해 공론화시키기 때문에 옛날 정부조직하고는 정책의사결정시스템이 많이 바뀌는 것이죠. 공론화 자체가 투명해진다는 것 아닙니까? 누가 사적인 이해관계로 결정할 수 없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장관이 혼자 정책 판단하게 되면 균형이 깨지는 수가 많거든요. 투명해지고 균형이 이루어지는 대신에 시간은 오래 걸립니다. 즉흥적으로 못하니까요. 즉흥적으로 못하는 만큼 정책은 안정화되는 거죠.”(이해찬)

“지금 이명박정부는 거꾸로 갑니다. 토론이 너무 없고 로드맵이 너무 없어서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니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걱정입니다. 4대강 같은 허황되고, 낭비적이고, 파괴적인 저런 사업은 업적이 될 수 없지요. ‘즉흥정부’입니다. 우리가 로드맵정부라면 이명박정부는 즉흥정부입니다.”(이정우)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바보야, 문제는 효율성이야”

 

- 수평적 당·정 협력과 책임정치 실현 숙제로 남아


위원회공화국. 참여정부는 이같은 비난을 받았다. 대개 ‘위원회 수가 너무 많다’, ‘관련예산이 또 늘었다’는 식의 비난과 질타였다. 과연 그런가? 먼저 개수. 참여정부의 정부 산하 위원회는 335개로 역대 정부 중 가장 적은 수치였다. 정부개혁 차원에서 실효성 없는 위원회의 꾸준한 통폐합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국정과제위원회와 같은 대통령직속위원회는 과거 정부에 비해 늘었다. 엄청나게 늘었을까? 참여정부 국정과제위원회는 총 12개. 관련위원회 폐지(3개)와 기존조직 활용(3개) 등을 감안하면 실제 늘어난 국정과제위원회는 5개였다. 김병준 전 정책실장의 말이다.

“예를 들어,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도 기존에 있던 위원회를 발전시킨 것이고, 정부혁신위는 대부분 과거 정부마다 있었던 겁니다. 다만 참여정부는 무게를 더 실어주고, 운영을 바꾸고, 형식적인 위원회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원회로 만들었다는 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위원회는 모두 목적이 있어서 늘어난 거죠.”(김병준)

그렇다면 인력이나 예산 측면에서 비대했을까. 2007년 11월 기준으로 정책기획위원회와 11개 국정과제위원회의 전체 직원은 180명 내외, 위원회 당 평균 15명 수준이었다. 예산의 경우 정책기획위원회와 11개 국정과제위원회의 2005년 총 운영예산은 235.9억원으로 위원회 당 평균 19.7억원이었다. 이처럼 국정과제위의 평균 운영예산은 20억원 내외였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국정과제위가 이룬 성과와 대비하면 비효율적이거나 낭비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국정과제위원회 하나 운영하는 데 보통 10억원 내지 20억원 정도 소요됩니다. 이해당사자들 간에 갈등이 빚어져서 치러야하는 갈등비용에 비하면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면 안 되죠. 권위주의적 입장에서 행정을 한 사람들, 전통적 관료주의 틀을 고수하는 사람들,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언론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말입니다.”(김병준)

참여정부 기간 이른바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큰 정부, 작은 정부가 아니라 일 잘하는 정부, 효율적인 정부’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다른 말처럼 ‘일 잘하는 정부, 효율적인 정부’라는 기준도 당시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어떨까? 그 기준으로 본다면 참여정부가 위원회공화국이었다는 말은 비난이 아니라 칭찬이 돼야 할 것이다.

 

 



<진보와 권력> ② 대통령비서실과 국정과제위원회


 


<진보와 권력> ① 참여정부 지도제작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