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잘 보기 4] 프레임 그리고 정체성
[찌라시 잘 보기 4] 프레임 그리고 정체성
(서프라이즈 / 바우돌리노 / 2010-10-02)
이번엔 ‘프레임’이야. 조중동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회자된 적 있어. 서프 대문에도 몇 번 문제제기가 있었고 좋은 글들도 있었쥐.
프레임이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겠지만 일단 이곳에서 말하려는 프레임은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라고 좁은 의미로 정하고 이야기하고자 해.
패러다임이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 행동 문화 등등이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프레임은 그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언론권력 같은 인위적인 것을 동원해 대중들로 하여금 부지불식간에 언론이 주장하는 바가 중요하거나 맞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지. 쉽게 말하면 세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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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 찌라시들은 어떻게 이런 것을 진행할까. 기술적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구.
첫째는, 바로 기사와 칼럼을 통해서 진행돼. 주구장창 주장하는 것이지. 동시다발적으로 말이야. 현 상황의 경우, 가카가 양배추 발언을 하셨잖아. 연합과 청와대가 기사를 창조했어. 마이너스 요인이니까 멈췄지만 연합과 방송 3사가 보도를 하고 각종 언론사들도 이것을 받아 써. 그러면 사실이 되는 거야.
발꾸락 여사님은 김치를 담그러 장에 가셔서 다른 건 하나도 안 보고 배추 가격만 딱 확인한 후 청와대로 들어가 “여보 배추 값이 많이 올랐어요”라고 말씀하신 게 되지. 가카께서는 ‘양배추’를 말씀하시고, 그리고 양배추 가격은 확인도 안 된 채 미담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아까운 작품 하나를 놓쳤어. 이틀 내내 청와대는 욕을 먹었지. 국민들에게. 현재 언론이 얼마나 종속되어 있느냐를 보여주는 사건은 바로 씨방새(SBS)의 클로징 멘트야. 천하의 사기극이라고 열변을 토해야 할 마당에 어디 감히 대통령을 까대느냐고 하지. 쓰레기 찌라시 인증이지.
뱀발 - 쥐뜨와네뜨, 대혁명 사실 말이지, 봉건제던 18세기 프랑스에서도 말이지, 앙뜨와네뜨가 빵 대신 어쩌구 했다가 프랑스대혁명 일어났잖아. 단두대로 갔어. 18세기에도 말이지. 가카는 21세기에 그런 말을 하구 있어. 사실 이건, 하야 감이 아니야. 단두대 감이야. 뭐, 앙뜨와네뜨가 그 말을 한 것의 진위 여부가 갈리긴 하지만 어쨌건 투표권도 없던 18세기에도 그랬단 말이지. 가카가 운전하는 한국은, 진짜…… 육두문자가 양심이고, 육두문자가 교양인 시대라고 생각해. |
이렇듯 모든 언론사에서 같이 외쳐 버리면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해 버리게 되지. 그리고 이건 단순한 방법이야.
둘째는, 조금 고급스러운 방법이 있어. 그게 바로 언론의 역량인데, 그건 바로 ‘편집력’이야. 그래서 편집기자가 기자의 꽃인 게쥐.
그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하는 곳이 있어. 바로 우리가 우습게 생각하는 ‘조선일보’쥐. 조선일보의 편집력은 예술이야. 프레임을 씌워서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사안이 있으면 그날 조선일보의 수십 면의 기사 중 상당수는 그 기사를 지원해.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노골적이지 않다는 것이지.
종합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독자들이 알게 모르게 느끼도록 그날 지면에서 주장하는 기사들을 서포트해. ‘열독’을 한다면 웬만한 내공 있는 사람도 홀까닥 하게 말이지. 중구난방으로 지르고 보는 동아일보와는 참 비교되는 회사야. 그날 발간되는 신문 전면이, 사실은 잘 짜여진 한 건의 보도인 셈이지. 부지불식간에 당해버리는 거야.
찌라시들이, 한나라당이, 그리고 부조리한 이 사회가 그리고 우리 진영 스스로 만들어 놓은 프레임들…. 그 프레임들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울까? 근데 그게 참 어려워. 지대로 된 언론이 있으면 모를까 정말 힘들어. 하지만 열받으니까 최대한 노력은 해야지. 끊임없이. 노통이 저항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찌라시들을 읽어야 하는, 그리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계속 들어야 하는 우리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스마트해져야 하지. 그래서 ‘스마트 독자 되기’
아이폰 들어와서 승리했자나. 찌라시 권력에도……. 이길 수 있어. 알베르 까뮈처럼,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계속 알리고 저항한다면 말이야. ‘아는 사람들’이, 집단 지성이, 행동하는 양심이, 조직된 집단이 말이야. 게다가 우리는 자랑스러운 선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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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대항하는 것, 바로 정체성
내가 좋아하는 정체성이 확실한 몇 명이 있어. 이들은 그 어떤 좋은 기술로 세뇌시키려 해도 거부해.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거든. 신념, 정체성이 세뇌에는 유일한 대안이야. 그리고 앞서 제기한 ‘찌라시 잘 보는 법’들은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고.
니체. 내가 알기로 이 세상이 씌우려는 ‘프레임’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한 사람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했지. 그리고 요절했어. 실제 미쳤을 수도 있고 말이야. 니체는 종교나 도덕 자체도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마도 ‘짜라투스트라…’에서 였던 것으로 기억해. 짜라는 두 구의 시체를 언급하지. 하나는 그리스도의 시체,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시체. 이 두 구의 시체가 온 유럽과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말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네 무지를 알라’라고 끝없이 강조하며 사람들의 무지를, 그리고 무지는 곧 죄임을 강조하지. 그리고 보편적 진리를 추종하고 스스로도 보편적 진리인 ‘법’에 의해 처형당하지. 결국 보편적 진리를 위해 죽지.
그리스도도 마찬가지야. 소크라테스가 ‘보편적 진리’를 위한 죽음이었다면 그리스도는 ‘보편적 구원’을 위한 죽음이었지. 결국 두 시체는, 인간의 사유를 ‘보편적 진리를 추종해야 하고, 그리스도의 인류구원’을 위한 죽음에 구속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 니체로서는 이 두 구의 시체 때문에 억제당하는 사유의 자유가, 그리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답답했겠지.
그래서 그가 주장한 것이 바로 ‘초인’인데. 흔히 알고 있는 박정희 시대 때 들여온 니체의 초인 개념은 ‘슈퍼맨’인데, 최근 나온 책들은 달리 표현하지. ‘위버멘시’.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말 그대로인 ‘극복하는 자’야. 바로 세상이 인간에게 강요하는 프레임으로부터 말이지. 그렇게 사회가 씌워 놓은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
(흠, 이야기가 좀 딱딱해졌어. 지송.)
그럼 사유의 자유, 위버멘시인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세상의 프레임에 감금당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변하지 않는 사람. 모두가 알고 계시자나.
그 어른의 영상을, 그리고 연설을, 그리고 행동을, 대통령이 되기 한참 이전부터 서거하실 때까지 쭈욱 봐바바. 난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위대한 점은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봐. 정체성, 일관성 그리고 그것들에게서 나오는 무한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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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6월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참여정부평가포럼' 초청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와 과제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이날 4시간 동안 이어진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참여정부 국정 전반에 대한 정책 성과를 설명하고 미래과제 해결 방향을 밝혔다. |
우리 노통도 연설에서 그 점을 강조하곤 했어.
“신뢰성이 있어야 됩니다. 남을 신뢰할 줄도 알고 또 남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신망이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딱 쳐다보면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안 가는 사람이 있는데, 잔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이 신뢰성이 아주 해롭습니다. 신뢰성, 책임성이 있어야 합니다. 저처럼……. 지금 제가 언론개혁 끝까지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품성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말을 한마디로 묶어서, 사람이 되어야 됩니다.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넓은 우리이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사람은 분노가 있는 사람이지요”
이거까지만 해도 좋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지.
“사람이 되자에 앞서서, 바보가 됩시다. 제가 바보 전략으로 완전히 성공한 사람 아닙니까? 하여튼 여기 성공의 증명이 있으니까요. 누가 바보냐, 이해관계를 셈할 줄 모르는 사람을 우리가 보통 바보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말귀는 잘 알아듣는데 손해나는 일을 부득부득 하는 사람, 이게 바보지요. 그래서 눈앞에 당장 가까이 보면 이익이 따로 있고, 대의가 따로 있습니다. 근데 멀리 보면 대의가 이익입니다.”
기억들 나시남. 2007년 양재동. 참여정부 평가포럼 월례강연에서 하신 말이야. 역시, 노짱. 어른이고, 스승이쥐. 노짱은 니체가 말한 초인, ‘위버멘시’라고 말할 수 있지.
어쨌거나 저쪽에서 씌우는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야. 신뢰, 사람, 바보. 그리고 그것은 일관된 정체성이야. 그래서 정체성이 중요하지.
다시 민주당 빅3를 봐 보자고
정동영 씨, 손학규 씨의 정체성…. 1번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신뢰가 안 가니까 말이야. 누가 알면 설명 좀 해줘.
그리고 세균이 형이 있지.
같이 일해본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사람 - 대표적으로 희정이 형. 안희정 지사가 미디어법 정국에 서프에 써 놓은 글이 있어. 왜 정세균을 신뢰하는지,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 오히려 자신이 모자랐다며, 세균이 형한테 신뢰를 보낸 글이 있지.
‘선당후사’를 이야기해. 꼭 내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해. 입신보다는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다고 해. 모두가 ‘대통령이 꿈입니다’를 말할 때, ‘저의 더 큰 꿈은 정권교체입니다’라고 말해. 결국 세균이 형은 노통이 말한 두 번째와 세 번째에 걸쳐 있어.
그가 노통이 말한 ‘바보’까지 될 정도인지는 몰라. 하지만, 첫 번째 관문부터 통과하지 못하는 정동영 씨나 손학규 씨와는 비교해서는 안 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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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원래 ‘기획’했던 글이 아닌데. 서프에서 대문으로 올려주시는 바람에, ㅠㅠ. 더 써야 하나요…….
마지막으로 정리할 부분은 바로 ‘메타언어’에 대한 부분. 찌라시 보기 1-4까지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지. 밤에, 시간되믄 짬을 내어 어찌어찌 됐든…
바우돌리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4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