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새...(듣보즐외)

진주의 헛제삿밥 - 동진주IC에서 청곡사쪽....

노둣돌 2010. 10. 19. 18:15

 

헛제삿밥하면 안동부터 떠올리지만 진주, 대구에서도 헛제삿밥은 지역 고유의 유명한 음식이다. 이렇게 3곳이 '영남 3대 헛제삿밥'으로 통한다. 헛제삿밥을 찾아 경남 진주로 내려가는 길에 왜 영남에만 헛제삿밥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헛제삿밥은 양반들이 춘궁기에 쌀밥을 먹기 미안해 가짜로 제사를 지낸 뒤 제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또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천민들이 한이 맺혀 제삿밥을 만들어 먹은 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둘 다 그럴듯 하지만 잘못 짚었다. 양반들이 체통없이 제사를 가장해 쌀밥을 먹었을 리 없다. 또 천민들은 쌀밥을 먹을 형편이 못되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조선인재반영남(朝鮮人材半嶺南)'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조선 인재의 반이 영남에서 났다'는 뜻으로 그만큼 영남에 뛰어난 유생들이 많았다. 이들이 밤중에 글을 읽다가 야참을 먹으려니 남의 이목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사 지내는 듯이 낭랑한 목소리로 축문을 읽고 헛제삿밥을 먹었다는 게 정설로 꼽힌다. 헛제삿밥은 이렇게 경상도의 고유한 음식이었다.

 




 

진주에는 '방촌집'이라는 헛제삿밥집이 유명하다. '방촌'은 동네방네 소문나라, 는 뜻인데 경향 각지는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안내 책자를 들고 찾아온다고 한다. 거, 이름 한번 잘 지었다! 그런데 남의 이목을 걱정해 살짝 헛제삿밥을 드시던 조상님들. 이렇게 소문이 난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헛제삿밥은 제사만 안 지내지 제수 음식과 기본 상차림이 같다. 3적(육적 어적 두부적), 3탕(명태 건홍합 피문어), 3색 나물(숙주 고사리 시금치)에다 김치, 쇠고기 육전, 조기, 국, 밥을 올린다. 2007년 (사)대한명인 전통문화예술교류회로부터 전통음식분야 명인에 오른 이명덕(61)씨의 상차림을 세 며느리가 도왔다. 이씨에게 헛제삿밥을 전수한 친정어머니는 요즘엔 몸이 불편해 식당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씨가 처음 헛제삿밥집 간판을 내걸었을 때는 귀신 나온다고 피해다닌 사람도 있었다니 세월도 많이 변했다.



 

 

놋쇠 그릇에는 일곱 가지 나물이 담겼다. 나물은 이렇게 일곱 개나 아홉 개의 홀수로 차린다. 밥과 찬을 따로 먹을 수 있지만 놋쇠 그릇에 밥을 부어 놋쇠 수저로 나물과 비벼먹어야 제격이다. 나물은 간장, 깨소금, 참기름으로만 무쳤다는데 고소한 게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단지 간장맛 때문이라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고추장을 넣지 않았는데도 정말로 간이 잘 맞다. 제사 음식 이야기에 탕국이 빠질 수 없다. 탕국에는 문어, 새우, 합자(홍합의 사투리) 등의 해물이 많이 들어가 시원하다. 모두 13가지의 재료가 들어갔다.

 한정식 상처럼 예쁘지도 우아하지는 않은 헛제삿밥. 많이 먹었는데도 위에 부담이 없다. 무슨 조화일까? 조상님이 돌보아서 그렇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이야기한다. 여기 사람들은 푸짐한 헛제삿밥에 비유해 "세상살이 헛제삿밥만 같아라!"고 한다.

헛제삿밥 1인분에 1만5천원동진주IC에서 공군교육사령부 방향으로 가다 청곡사 쪽으로 150m을 더 가면 길가에 있다. 055-761-7334,5.              박종호 기자 n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