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 봉하 아방궁 망언 사과하세요!
홍준표 의원, 봉하 아방궁 망언 사과하세요!
(양정철닷컴 / 양정철 / 2011-05-25)
그렇게 인기를 얻고 싶습니까? 안상수 전 대표의 잘못된 길을 가지 마세요. (사진 : 머니투데이) |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며 비난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23일, 트위터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방궁이라고 한 이유는 그 집주변 환경정비비용으로 천억 이상 국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읍니다. 그래서 아방궁이라고 했습니다. 확인해보시지요. 그 보고가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게습니다”
사과도 아니고 반박도 아니고 해명도 아닌 정체불명의 궤변입니다. 한심스럽습니다. 한심스러운 정도를 넘어, 용서하기 어려운 발칙한 발상입니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그가 이 글을 올린 날은 5월23일이었습니다. 전직 국가원수의 2주기일에,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할망정, 노 대통령을 또 한 번 욕보이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인이 전직 국가원수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일지라도, 기일에 때를 맞춰 나쁜 말을 하는 짓은 예의가 아닙니다. 그가 지역구 활동도 그리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역구 상가(喪家)나 제사 지내는 집에 가서 그런 악담을 했다면 문 앞에서 뺨을 맞았을 일입니다.
둘째, 그는 문제가 된 발언의 피해자나 대상조차 책임 있게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8년 기세 좋게 비난을 쏟아낼 때엔 “지금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 혈세를 낭비해 봉하에 웰빙숲을 조성했다”고 했습니다. 과녁을 향해 창을 던지듯 표적이 뚜렷했습니다.
이번엔 그냥 ‘그 집’입니다. 표현에서 오만이 뚝뚝 넘칩니다. 권력자가 사람을 깔보며 부르는 불특정의 호칭, 이를테면 “어이!” “이봐!” “거기!” 따위의 거들먹거림이 연상됩니다.
셋째, 망언은 자신이 해놓고 그 근거는 출처불명의 ‘보고’ 탓으로 돌렸습니다. 집권당 원내 대표(망언 당시 직책)는 누가 써준 각본대로 움직이고 떠벌이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 보고가 누구에 의한 것이든, 사실 여부와 정확성을 살필 의무는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렇게 귀가 가늘고 눈이 멀어서야 어찌 나랏일을 하겠습니까.
그의 보좌진의 비리를 누군가 잘못 알고 보고하면 확인도 없이 다짜고짜 보좌관을 자를 겁니까? 주변의 일도 그럴진대, 전직 국가원수에 관한 일을 보고받고 아무 확인도 없이 발언한 것이라니 어이없습니다. 그걸 면피의 수단으로 내세우는 태도가 뻔뻔합니다.
넷째, 그 보고의 진실 여부를 국민에게 확인하랍니다. 자기가 응당 했어야 할 확인을 국민에게 하라니, 적반하장입니다. 문제의 발언을 한 이후 3년 동안 아무 확인을 안 한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그 확인을 이제 다른 사람이 할 테면 해보라는 얘기가 제정신으로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누가 그 보고를 했는지, 정확한 보고내용이 뭔지 정도는 최소한 알려준 다음에 확인하라고 떠넘겨야 논리적으로 맞는 일 아닙니까. 마치 국민을 상대로 ‘스무고개 놀이’ 하며 장난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구나 당시 그 망언을 할 때 그는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고 핏대를 올렸습니다. 그때는 현장조사를 하자더니 이제는 왜 그 일을 국민이 해야 한다는 겁니까. 중요한 건 결자해지입니다.
다섯째, 아무리 궤변이라도 국어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의 트위터 글은 국어가 안 됩니다. ‘아방궁’은 집을 말합니다. 숲이나, 집 주변 환경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런데 “아방궁이라고 한 이유는 그 집주변 환경정비비용으로 천억 이상 국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읍니다. 그래서 아방궁이라고 했습니다”라니요. ‘집 안’이나 아니면 최소한 ‘집을 둘러싼 숲’이 호사스러워야 아방궁이지, 홍 의원 말대로면 경남도와 김해시가 보유한 ‘아방림’(阿房林)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나요.
나중에 들려오는 소식을 봤더니 집 갖고 시비 걸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겠지요. 그래서 집 대신 숲으로 반경을 넓혔겠지요. 그러다가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져버린 겁니다. 그 궁박한 처지가 측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화가 나고 속상해, 제 말이 좀 지나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용서하기 바랍니다. 대신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하나 해주고자 합니다.
그는 요새 트위터에 빠진 모양입니다. 그런데 조금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이 너무 엉망이더군요. 문제가 된 이번 글도 맞춤법이 두 군데나 틀렸습니다.
‘받았읍니다’는 ‘받았습니다’로 고치는 것이 맞습니다. ‘사과하게습니다’는 ‘사과하겠습니다’로 고쳐야 합니다.
이번 글뿐 아니라 그동안 쓴 글을 보면, 반 이상의 글에서 맞춤법이 틀렸거나 오자가 있더군요. 하나하나 알려 드릴 테니 다음엔 망신 안 당하도록 주의하기 바랍니다.
먼저 ‘요’와 ‘오’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십시오. 그의 모든 글에서 이 오류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요’는 연결형 어미입니다. ‘오’는 종결형 어미입니다. 따라서 그의 글 대부분 마지막 문장에 쓰인 ‘요’는 모두 ‘오’로 고쳐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늘 틀리는 ‘읍니다’ 오기를 그도 따라 했더군요. 이번 글에서도 ‘받았읍니다’가 아니라 ‘받았습니다’로 표기해야 맞습니다.
좋지 않은 표현을 좋은 표현으로 모두 고쳐봤습니다. 어디 적어놓고 잘 참고하기 바랍니다.
○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요 →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 놀러오십시요 → 놀러 오십시오.
○ 가족나들이 한번 하십시요 → 가족나들이 한번 하십시오.
○ 좋은 밤 되십시요 → 좋은 밤 되십시오.
○ 감기조심 하십시요 → 감기조심 하십시오.
○ 복 많이 받으십시요 → 복 많이 받으십시오.
○ 눈길 조심하십시요 → 눈길 조심하십시오.
○ 받았읍니다 → 받았습니다
○ 사지를 달려간 180명 마지막 사무라이들 → 사지로 달려간 180명 마지막 사무라이들
○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어습니다만 →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습니다만
○ 풍토도 바꾸어져야합니다 → 풍토도 바뀌어야 합니다, (혹은)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 수작이였습니다 → 수작이었습니다.
○ 떨어진꽃입처럼 → 떨어진 꽃잎처럼
○ 열여들살때만사천원들고 → 열여덟 살 때 1만4천원 들고
○ 모두금메달땃으면좋겠네요 → 모두 금메달 땄으면 좋겠네요.
○ 하자는 주장이 은행연합회로부터 받아들여져 → 하자는 주장을 은행연합회가 받아들여
※ 당시 아방궁 논란의 내용이 궁금한 분은 2008년 2월에 방영된 KBS <미디어포커스>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주장을 한 자들의 허구성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http://news.kbs.co.kr/tvnews/mediafocus/2008/02/1515011.html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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