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노짱관련)

[진보와 권력 ①] 참여정부 지도제작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3화

노둣돌 2011. 8. 7. 20:47

 

 

 

노무현다운 시도’ 미완의 숙제를 남기다
국민참여센터와 정치개혁연구실 운영… 아쉽지만 값진 진행형 과제로 남아

 


[진보와 권력 ①] 참여정부 지도제작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3화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가운데 두 가지 주목되는 시도가 있었다. 국민참여센터 정치개혁연구실 운영이 그것. 국민참여와 정치개혁이라는 묵직한 과제를 수행한 인수위의 새로운 실험은 그러나 각각의 상황에 따라 미완의 시도로 남았다.

 

국민으로부터 정책제안을 받는 것은 인수위의 직접 소통의 한 방안이었다. 국민참여센터는 국민들의 의견이 인수위에 전달되는 최전방 통로였다. 2003년 1월 10일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가진 후 2월 10일 마감 때까지 국민참여센터는 정책제안 2만 2,168건, 인사제안 5,415건 등 총 2만 7,583건을 접수했다. 이종오 당시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의 말이다.


정책제안 내용별 분류

 

 

“정책구상 단계에서부터 국민과 같이하는 것은 일종의 실험단계였다고 생각하는데, 국민으로부터 직접 정책제안을 많이 받았지요. 그다음에 정책제안을 각 부처에 다시 이송해가지고 대답(response)을 받고, 거기에서 적극적으로 추동해야 될 부분은 추동시키는 식으로 했습니다.” (이종오)

 

정책제안의 가장 높은 단계가 인사제안이었다. 장관 인사추천은 국민참여센터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당선인이 전격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국민참여 ‘히트작’ 장관 인사추천의 명암

 

“당선인께 인수위 내에 인사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방법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요. 그러면서 자칫 현역 대 예비역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 어느 쪽에서는 누구를 밀고 다른 쪽에서 누구를 밀고, 그런 일이 있을지 몰라서 국방부장관과 국정원은 추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선인께서도 그렇게 하자고 그러시더라고요.” (이종오)

 

인사제안은 15일의 접수기간 동안 5,415건이 접수됐으며 중복자를 제외한 피추천인 수는 1,870명에 이르렀다. 인사제안이 젊은 층의 인기투표에 머물 것이라는 초기의 우려는 전체적으로 40대와 50대가 과반수를 넘는 등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반면 국민인사제안이 집중 부각됨으로써 국민참여센터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적이다.

 

“국민참여센터는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기능이 인사로만 가버렸습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정책제안을 받고,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본래 기능이었는데. 삼고초려(인사추천시스템)만 나오는 거예요.” (이병완)

 

물론, 인사추천 활동에 머물지만은 않았다. 국민참여센터는 국민참여에 대한 조사·연구·기획 업무도 수행했다. 여기에는 청와대에 설치될 국민참여수석실 운영방안 기획, 국민참여를 활성화하는 청와대 홈페이지 개편작업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각계각층에 국민참여 형식과 방법, 내용 등에 대한 자문 수렴 △인수위 운영과 관련된 각 분야의 의견 수렴 △다섯 차례에 걸친 여론조사를 통해 인수위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 반영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국민정책제안은 국민의 지혜와 의사를 수렴하고, 나아가 정책입안 과정에서부터 정책소비자로서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한계를 노출했다. 업무 과부하 등으로 부처 및 인수위 차원에서 충분한 내용검토와 답변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른 한편, 평소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하던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안을 찾기도 힘들었다. 국민참여센터는 참여의 내용과 수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참여민주주의의 지향과 현실의 간극을 확인하는, 아쉽지만 값진 경험으로 남았다.

 

“국민참여를 화두로 내걸고 이를 기구화한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것이었고, 또 시대의 흐름이나 방향을 잘 짚은 것이었습니다. ‘노무현다운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수위의 전체 흐름이 ‘국민참여를 화두로 해서 국정운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 같은 것이 충분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분히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종오)


빛을 보지 못한 ‘정치개혁지도’

정치개혁연구실의 활동은 더더욱 미완의 실험으로 남았다. 인수위가 채택한 12대 국정과제에는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이라는 정치분야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2003년 2월 21일 채택된 ‘참여정부 국정비전과 국정과제’ 보고서에는 정치개혁 과제가 통째로 빠져 있다. 정치개혁연구실의 ‘정치개혁지도’는 왜 빛을 보지 못했을까.

 

노무현 당선인은 2002년 12월 30일 인수위 1차 전체회의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각계의 의견을 듣고 정치개혁안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제안하는 작업에 착수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선인은 이어 “정부가 정치개혁에 관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처럼 오해돼서는 안 된다”며 “특위는 정치개혁안을 연구, 토론, 제안하는 일만 하게 될 것”이라고 한계를 분명히 그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정무분과 산하에 정치개혁실을 설치하고 정부인수 단계에서부터 정치개혁안을 작성하는데 착수했다.

 

그렇지만 당선인은 인수위에서 정치개혁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증언에 의하면 애초 정치개혁실 설치는 성경륭 기조분과 간사 등 몇몇 위원들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연구실 운영도 당선인이 정치개혁안을 직접 추진하기보다는 정치권에서 논의될 개혁안에 대해 당선인의 입장을 정리해 두는 목적이 컸다.

 

“대통령이 정치개혁, 특히 선거구 내지 국회 관련 개혁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지,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자칫 잘못하면 당과 국회에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컸어요. … 결국 ‘당선인으로서 가지는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니까 있을 만하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특위를 돌렸어요.” (김병준)

 


지역구도 극복,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시각차

정치개혁연구실은 2003년 1월 3일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실장으로 임명되고 7명의 연구위원과 1명의 전문위원, 3명의 행정관과 4명의 실무요원으로 구성되면서 1월 8일부터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들어간다. 정치개혁연구실의 연구방향은 선거, 정당, 정치자금제도의 개혁방향을 정리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 구조를 연구했다.

 

“당선인의 가장 큰 관심이 선거제도였어요. 지역주의가 제일 큰 문제인데,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서 당선되고,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에서 되도록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선거제도를 만들어 달라 했고. 그다음에 정당구조를 굉장히 민주적인 정당구조로 만들어야 하고. 그다음에 돈 안 드는 깨끗한 정치를 만들어야 하고….” (임혁백)

 

당선인은 지역구도 극복을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과제로 설정하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당선인과 연구위원들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지역구도 타파는 그중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도개혁을 통해서 지역주의가 타파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하나의 부산물로서 지역주의가 좀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임혁백)

 

정치개혁연구실은 중․대선거구제와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정치적 부작용과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당선인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정치개혁연구실은 내부 연구와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중간보고서 형태의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 5대 목표와 10대 제안’을 작성했다. 보고서는 △국민참여 : 참여·자율·분권 △국민통합 : 포용, 균형, 대화와 타협 △민주적 책임성(Democratic Accountability) : 수직적 책임성, 수평적 책임성 △투명성(Transparency) 등 4가지의 가치를 노무현 당선인의 정치철학으로 정리했다. 이 보고서는 2003년 1월 23일 당선인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위원들의 비공개회의로 진행된 ‘참여와 통합의 정치개혁’ 국정토론회에 보고됐다.

 

☞ <첨부> 정치개혁 5대 목표와 10대 제안 주요 내용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내부 소통과 조율 문제로 언론 브리핑 일정이 취소된 후 정치개혁 논의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후 정치개혁연구실 연구 결과는 인수위의 국정과제보고서에 실리지 못했고 인수위 백서에 제목 정도만 나열됐다. 미완의 정치개혁연구실 활동은 정치개혁에 대한 당선인의 입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께서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는 굉장히 강하셨는데, 그 생각은 분명히 계셨어요. ‘이 사안은 당의 사안이다. 이 사안은 당에서 할 사안이지, 당선인이 밀고 갈 사안이 아니다.’ 당을 굉장히 존중했어요, 그 당시에도. 대통령이, 당선인이 정치개혁부터 들고 나가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거죠.” (김병준)


인수위에서 정치개혁을 다루는 것이 적절할까

실제로 인수위에서 정치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인수위에 정치적 부담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런저런 정치개혁을 하고자 한다고 선언하는 것 역시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정치개혁안의 실종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임혁백 교수는 대통령 의제로서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대통령은 정치인인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그럽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거예요. 대통령은 정당인인 동시에 국가지도자지요. 정치개혁 현안에 대해서 진단하고 앞으로 단계별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임혁백)

 

인수위에서 정치개혁 과제를 다루는 것이 적절한가. 앞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참여정부 인수위가 남긴, 또 하나의 숙제인 셈이다.


▶ [진보와 권력 ①] 참여정부 지도제작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1화


▶ [진보와 권력 ①] 참여정부 지도제작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2화

 

 

2011년 08월 03일


노무현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