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노짱관련)

<진보와 권력②> 대통령비서실과 국정과제위원회 5화

노둣돌 2011. 11. 16. 12:23

 

 

<진보와 권력②> 대통령비서실과 국정과제위원회 5화

 

노 대통령은 공무원을 어떻게 봤나…“자존심을 가져라”

 

- 이해찬·이병완·문재인·이정우·김병준·성경륭 등 참모들이 본 ‘참여정부와 관료’


▲ 왼쪽부터 이해찬 전 총리, 이병완·문재인 비서실장, 이정우·김병준·성경륭 전 정책실장 

 


‘참여정부와 관료’ 혹은 ‘관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청와대와 정부운영 시스템 전반을 짚어본 뒤 남는 질문이다. 어느 정부에서건 특히 ‘개혁정부’에서 관료에 대한 인식과 관계설정은 중요한 사안 가운데 하나다. 참여정부 인사들의 증언과 평가는 이 문제에 대한 유의미한 토론과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 이정우, 김병준, 성경륭 전 정책실장, 이병완, 문재인 전 비서실장, 김용익 전 사회정책수석의 발언을 모았다.

노 대통령의 ‘관료관’은 어디에서 나왔나

그동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들을 퇴출시킨다는 명분으로 인적 청산을 시도하거나 ‘군기잡기 에 나섰다. 반면 참여정부는 관료를 개혁대상이 아닌 혁신의 주체로 삼았다. 2003년 8월 11일 ‘행정자치부 공무원과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가 할 거냐, 저는 여러 차례 ‘여러분이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는 그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여러분이 행정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혁신해야 할 과제를 지금 현재 안고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남이 해주는 혁신, 외부에서 일시적으로 강요되는 혁신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의 일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해야 하고, 또 여러분이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혁신의 주체입니다’라고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의 정부혁신에 대한 신념, 관료에 대한 신뢰는 임기 5년을 시종했다. 당연한 판단이자, 일종의 전술적인 선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께서 공무원들을 개혁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끌고 가신 것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거예요. 관료들을 대상으로 삼아서 핍박한다고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관료들을 도구적으로 써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개혁의 주체다’ 이렇게 격려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혁신하게끔 해서 관료사회에 변화를 유발해내겠다, 이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보기에 관료들한테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상당 부분 대통령께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신 부분도 있는 것이죠.”(김용익)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확고한 관료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관료관은 대통령께서 일찍이 말씀하셨어요. 관료를 믿는다, 그래서 수를 줄이거나 자르는 일 안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무원 수가 부족하다, 용도조절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참여정부 공무원사회는 지금까지 정권 가운데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많은 신뢰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상징적인 사례를 들자면 언론과 관계에서 분명한 선을 그어줬거든요. 관료와 언론 관계에서 ‘자존심을 가져라’ 해서 가판신문 구독을 없앴죠.”(이병완)

“관료에 대해서 신뢰가 높았어요. 관료의 다른 것보다 능력에 대해 신뢰가 좀 높은 편이었고, 분명히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신뢰하면서 ‘제도나 관행이 잘못되어서 잘못된다’고 보셨던 거죠. 그래서 혁신이 필요하다, 적절한 제도와 적절한 관행과 문화를 만듦으로써 관료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봤지요. 관료 그 자체에 대해 불신을 한다든가 하는 것은 없었어요.”(김병준)

언론관계가 다시 주요 사례로 인용된다.

“대통령은 관료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질 것을 강하게 요구했죠. 언론 같은 데에서 공무원들을 바보로 생각하고 때리고 할 때에는 반드시 거기에 대해 자기 업무를 디펜스(defense) 해주었으면 좋겠다, 디펜스 하지 않는 그런 공무원이야말로 무사안일이라고 봤고 굉장히 호되게 질책했습니다.”(김병준)

그 같은 관료관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저는 대통령하고 정말 의기투합을 많이 했는데. 관료문제에 딱 들어가면…. 언젠가 대통령께서 ‘이 실장은 다 좋은데 너무 관료들을 불신하는 것이 걱정입니다’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닙니다. 일부 관료들 중에 문제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하고 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공무원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해명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관료에 대한 신뢰가 어디서 왔을까? 해수부장관 시절을 겪으면서 ‘관료들이 유능하고 헌신적이구나’, 이렇게 느끼셨고 그때부터 관료를 높이 평가한 게 아닌가 그런 추측을 합니다.”(이정우)



관료에 포획됐다?, 참여정부는 정책으로 말하다

진보진영의 비판 가운데 하나가 참여정부는 관료에 포획된 정부였다는 것이다. 그런 비판에 대해선 우선 ‘정책을 놓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공한 정책도, 실패한 정책도 있겠지만 ‘어떤 정책이 원래 계획했던 방향대로 실행되었는가, 그렇지 못 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료집단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고, 꺾을 것은 꺾었습니다. 예를 들어, 관료들이 금융부분에서 대폭 완화조치를 거론했지만 대통령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단호했습니다. 관료들이 추진하는 일은 어떤 부분에서는 단호하게 끊었고 어떤 것은 끌어가고 그랬지요. 포획된 집단이라면 그럴 수 없죠.”(이해찬)

“무엇보다도 참여정부는 공무원들의 강제적 이동을 수반해 저항이 심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해냈고, 관료사회나 이해집단의 저항으로 역대 정권들이 하지 못했던 전시작전권 문제를 해결했고, 검찰을 제외한 권력기관별 과거사 정리도 해냈습니다. 단지 경제정책에서 몇 가지 문제, 특히 재벌과의 관계 등에서 확실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하는데 공정거래 부분과 언론정책 부분 등은 공무원에게 포획되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관료에 포획되었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청와대, 장관들 가운데 관료출신들이 많으니 포획된 거라고 한다면, 그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이병완)

이병완 전 실장의 발언에서 거론된 인사와 경제분야 두 가지. 이에 대한 설명은 관료에 포획된 정부가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에 비해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여기에는 개혁진영의 인재풀(pool), 세(勢)와 역량이라는 현실론이 겹쳐있다.

“참여정부는 인적자원이 적다보니 관료의 비중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정부보다 더 큰 것은 아니었죠. 다른 정부보다는 적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관료 쪽 비중이 좀 많았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국가 전체적으로 아직은 관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사회라고 봐야하는 것이죠.”(이해찬)

“제가 보기에 국민의 정부보다는 참여정부가 훨씬 덜합니다. 국민의 정부가 관료들 위에 이끼 끼듯이 올라가 앉은 정도라면, 참여정부는 관료라는 바위 위에 뿌리를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죠. 앞으로 그 바위가 다 부서지고 뿌리를 내릴 정도로 이쪽의 힘이 있어야 해요. 아직은 그 힘이 없어요. 자기들의 정책을 만드는 힘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힘을 가지고 집행이 되거든요. 경제정책 분야는 지금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김용익)



“관료에 대한 통제는 개혁진영의 역량에 비례한다”

한 사례부터 먼저 들어보자. 문재인 전 실장의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해 2007년 12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통령이 ‘30개월 이상은 아예 협의 자체를 하지 말라’, 그렇게 분명히 지시했거든요. 그런데 그 뒤에도 자기들은 계속 협의했다는 것 아닙니까? 미국 대사가 양보안을 갖고 왔는데 어떻겠냐고 총리도, 통상교섭본부장도 저한테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비서실장인 제가 또 이례적으로 별도 회의를 개최해서 다시 한 번 대통령 뜻을 못 박고, 그런 적도 있었지요.”(문재인)

임기 말이 되어갈수록 ‘관료와 함께 일하기’의 어려움은 공히 거론됐다. 이 대목에선 명확한 한계와 그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숙제가 풀려 나왔다.

“임기 말로 가면 통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자기 커뮤니티를 더 겁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재경부 공무원인데 성공해서 장관 되겠다는 친구는 그 중에 몇 명이에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1급이나 차관에서 나가죠. 잘 되면 로펌이나 은행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로펌이나 은행장 인사를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레인지(arrange) 해주는 것은 결국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입니다. 그 커뮤니티에 잘못 보이면 퇴임 후에 그 황금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막판 되면 대통령보다 커뮤니티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이고요.”(김병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완고한 주장도 제기된다. 관료들에 대한 문민통제 강화다.

“관료들이 모든 결정권을 좌지우지하게 하면 안 되고 최종적으로는 문민(文民)이 국민의 편에 서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관료 출신 장관이 앉아 있으면 문민통제가 불가능하지요. 결정은 거기서 하니까요. 저는 관료에 대한 문민통제가 앞으로 개혁정부가 왔을 때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이정우)

관료에 대한 통제든, 관료와 함께 일하면서 관료를 넘어서는 것이든, 관건은 그럴 수 있는 역량이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소개한다.

“그것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권을 잡고 정치적으로 당 쪽에서나 시민사회 쪽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소위 정무직 사람들이 관료를 능가하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분야를 보면, 경제구조나 산업구조를 바꾸는 개혁정책을 이끌어갈 우리 쪽의 정책 대안과 그것을 추진할만한 사람들, 인재풀이 얼마나 있었느냐는 것이죠. 사실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경제개혁도 훨씬 성과 있게 잘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힘을 갖지 못하면 관료한테 끌려가는 것이죠.”(김용익)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과 정책설계를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권력을 잡았다고 해도, 새로운 것이 없다면 그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통솔할 수 있겠어요. 관료들은 정부조직 속에서 20~30년 근무하면서 사통팔달로 다 연결되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 (현실적으로 그들을 통제하거나 통솔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니까요. 새로운 가치와 노선을 가진 정치세력과 정책세력을 양성하고 다음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 비전과 이론을 가지고 정부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관료들을 통솔할 수 있습니다.”(성경륭)


<진보와 권력> ② 대통령비서실과 국정과제위원회



<진보와 권력> ① 참여정부 지도제작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