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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테헤란②]중동의 반한 감정 불러올 한미동맹의 덫

노둣돌 2012. 2. 24. 09:08

 

 

미국의 패권주의적 이란제재 동참 압박과 한국의 선택

[위기의 테헤란②]중동의 반한 감정 불러올 한미동맹의 덫

 

김승조(진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2-02-23 07:22:30 l 수정 2012-02-23 16:26:50

 

 

미국은 지난 2010년 7월 1일 국제사회의 합의 수준을 벗어난 국내법으로 ‘포괄적 이란제재 법안(CISADA)’을 발효시켜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 경제와 금융의 힘을 바탕으로 이란을 완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더 나아가 미국은 각국에 미국이 한 것처럼 ‘국내법에 의한 독자적인 제재’를 마련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리하여 미국은 EU와 핵심동맹국인 캐나다, 호주, 일본 등과 같이 한국도 독자적인 이란제재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해 왔던 것이다. 이는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하고 미국의 편에 서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라는 주문이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발상이요 태도인 것이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발상에 의한 요구에 이명박 정권은 같은 해 9월 8일 미국 주도의 이란제재 조치에 합류하면서 강도 높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했다. 사실상 미국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으로서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와 이란 국영해운회사, 멜라트은행을 비롯한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금융제한 조치와 함께 입국도 불허하기로 했다.

이러한 미국이 지금 또 다시 추가적인 이란제재를 들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이란 제재 조정관은 미국의 이란 추가제재에 한국도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2010년 8월 23일 미국이 한창 이란제재 동참에 압박을 가하고 있을 당시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는 ‘미국의 이란제재와 한국의 선택 그리고 한미동맹’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었다. 본고는 당시 나왔던 말들과 함께 이란제재 동참과 한미동맹문제 그리고 이란 및 중동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현 상황을 고찰해 보고자한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이란제재 동참은 군사·경제 종속적 한미동맹하의 굴욕적 행위

서울을 방문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이란 제재 조정관

서울을 방문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이란 제재 조정관


미국의 이란제재는 아프간전쟁의 본질과 같이 한편으로는 거대한 에너지게임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2010년 당시에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위한 것이었던 것처럼, 이번의 추가제재 역시 11월 대선을 위한 국내정치용이다. 이란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의 에너지 패권전략은 페르시아 만에서 카스피 해로 연결되어 있다. 이란은 중동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페르시아 만과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국가이다. 또한 이란은 2006년 12월 자국 보유 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고 석유 판매대금 등 모든 외환거래를 유로화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이 조치가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페트로 달러가 위협받아 미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문제로 실망과 걱정 그리고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외교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갖고자 보다 넓은 범위로 ‘글로벌 외교’를 내세우며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함께하고 교류할 것”이라던 이명박 정권의 외교정책은 좁은 시야, 소극적이고 소심하고 편협한 자세, 절대적인 대미 의존적 자세로 인하여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소홀히 해 ‘뒤통수’맞고 이를 만회하려다 꼭 ‘뒷북’치는 식으로의 고립무원의 위기를 자초해 왔다. 이같이 이명박 정권의 외교정책이 총체적으로 난맥상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한미동맹 제일주의’가 절대적인 가치로서 중심을 이루어왔기 때문에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즉 대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실용주의를 내세웠지만 상황에 따른 이익의 변동을 고려하기보다는 선험적으로 설정한 가치 즉, 절대적인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이익을 계산하는 가운데 즉, 한미동맹이 한국외교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법의 열쇠인 양 한미공조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예속적인 한미동맹 때문에 한반도는 이 동맹의 덫에 걸려 역사의 파행을 겪어왔고 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동맹의 덫은 평화와 통일 가로막기, 제2의 청일전쟁 유발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국퍼주기, PKO 파병,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비, PSI와 MD 참여, 첨단공격형무기구입 등 수없이 많다. 작금의 미국 강행 이란제재의 동참은 또 하나의 덫일 뿐이다.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은 동맹을 포괄전략동맹으로 변환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북을 겨냥해 역내동맹, 중국을 겨냥한 지역동맹,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는 지구동맹, 군사부분을 넘어서서 비 군사부문인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재난구호, 평화유지군 등을 포괄하는 포괄동맹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이번 이란제재 동참 강요는 바로 이 포괄전략동맹의 포괄동맹부분인 대량살상무기비확산의 영역으로 이미 합의된 부문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덫은 군사부분 뿐 아니라 비군사부문에서도 한국의 희생을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그것이 이라크파병과 같이 불법침략전쟁에의 동참이든, 미국퍼주기와 같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든, 주권침해이든 이들 모두를 압도하는 힘을 가진 것이 한미동맹이라는 족쇄이고 덫이다.

또한 미국이 천안함 국면을 양국 공조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던 정세 하에서 타결되고 발효된 한미 FTA는 한미군사동맹에 이어 한미경제동맹을 강화시켜 한국의 1%의 독점자본과 지배세력에게는 미국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란제재동참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의 더 큰 이익에 대한 선택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란제재동참으로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남한의 선량한 중소기업인들과 그 여파로 피해를 당할 일반 민중들인 것이며, 동시에 미국의 이러한 패권주의적인 이란제재와 이에 동참하는 나라들이 생겨날수록 가중되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란 민중들일 것이기에 이제라도 한 주권국가의 정부라면 이러한 이란제재안 동참에서 즉각 발을 빼야 할 것이다.

향후 이란 및 중동지역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란

미국과 유럽이 이란산 석유에 대해 금수조치를 내릴 예정인 가운데, 미국은 전세계에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작년은 한-이란 수교 50주년이었다. 한국과 이란은 1962년 10월 23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67년 4월 1일 주이란 한국대사관, 1975년 8월 25일 주한 이란대사관이 개설되었다. 1977년 6월 17일 이란의 테헤란 시장이 서울을 방문해 테헤란과 자매결연을 했고 그 상징으로 지명 교환에 합의했다.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듯이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한-이란 수교 40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호와 상호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한-이란 민간친선협회’가 2002년 9월 8일 결성되었고, 이를 계기로 테헤란에 서울공원이 설치되었다.

이란은 막대한 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나라다. 이란은 엄청난 원유(세계 2위)와 천연가스(세계 2위)뿐만 아니라 아연(세계 1위), 구리(세계 2위), 철광석(세계 9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란의 인적자원은 약 7,500만 명 정도이고 현재 중동에서는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2009년 한국과 이란의 교역규모는 약 100억 달러에 이르고 이란은 중동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이란에는 국내 대기업 25개와 중소기업 2000여 개가 진출해 있는 가운데 교역 분야도 석유와 가전, 건설과 조선 등 핵심 산업에 걸쳐 있다. 추가제재에 나설 경우 민간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또한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고 이란은 전체 원유의 약 10%로 4대 원유 공급국이다.

이란제재로 인해 한국기업들의 피해는 확산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소기업의 피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첫 번째 이란제재 압박이 있었던 8월 8일 중소기업 중앙회가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중소기업 7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이란 수출중소기업 피해 및 대응현황 실태조사]의 결과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이후 56%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고 31.5%는 수출거래가 중단되었다고 발표했다. 향후 이란과의 수출거래 추진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두바이 등 제3국 우회수출이 37.9%, 대금결제방식 변경을 통한 거래가 34.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란과 거래중단을 하겠다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한국의 이란제재 동참은 이란뿐만 아니라 중동에도 파장이 미쳐 반한 감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후인 8월 5일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교와 여론조사 기관인 조그비 인터내셔널은 2010 아랍여론조사를 발표했다. 국내언론은 아랍인 57%가 이란 핵무기 보유를 지지한다고 일부 결과만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에서는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한 질문에서 아랍인 77%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의 권리를 지지했다. 이것은 아랍세계에서 국제사회의 이란제재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이란제재 동참은 한국과 이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반한 감정이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작년 초부터 세계질서의 큰 변화를 예감하게 하는 역사적인 아랍의 변혁운동은 이전과 달리 다양한 정치체제가 등장하면서 다원화를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 같이 새로운 세계체제의 건설로 나아가는 시기 속에서 민주화를 통해 다양성이 커지고 있는 중동 국가들과 민중중심적인 동반자적 관계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