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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붕장어] 검은 윤기·힘찬 몸짓… 입안 가득 펄떡이는 3色 건강

노둣돌 2011. 6. 10. 15:39

 

 

 

 

 

 

 

 

 

 

 

[6월 붕장어] 검은 윤기·힘찬 몸짓… 입안 가득 펄떡이는 3色 건강

 

  붕장어 구이 상추쌈. 섭자리회센터 재풍호 주인 김순희 씨는 이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단다.
 
 
 
 
 
 

 

 

'구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술도둑!

발갛게 달아오른 연탄불. 그 열기에 붕장어(아나고)는 익어간다. 노르스름한 빛깔 위로 기름이 좌르르 일어난다. 구수한 냄새. 붕장어 지방이 연소하는 냄새가 이리 좋은 것이었나.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섭자리 회센터 19호 점포 재풍호(051-625-1827). 그 빛깔과 냄새가 아까운 주인 김순희 씨는 어서 먹으라 재촉이다. "아, 사진 그만 찍고 좀 자시 보이소. 더 익으면 맛이 없어진다니까예."

이기대가 있는 용호동이 안태 고향인 김 씨는 어려서 붕장어의 맛을 알았다. 통통하게 살진 붕장어의 그 맛을 잊기 싫어 배 타는 남자를 만나 아예 용호동에 머물러 살자고 했다. 부산 영도가 고향인 남편 허상수 씨는 젊어서 배를 탔고, 지금은 자기 배 재풍호를 타고 매일 태종대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붕장어는 뻘밭에 사는 놈은 맛이 떨어진다. 바닷속 암초 사이 물길 센 곳에 사는 놈이 몸도 실하고 성질도 드세 맛도 난다. 허 씨는 일부러 그런 곳에서 붕장어를 낚아 올린다. 이런저런 잡어와 함께. 붕장어만 하루 평균 50㎏쯤 잡아 오는데, 가게에서 쓰고도 남아 아는 사람이 연락을 주면 택배도 해 준다.

붕장어, 어떤 놈이 좋은 놈인가?

"검은빛에 윤기가 돌며 통통하니 힘이 좋은 놈! 꼬리까지 매끈해야제. 잡은 지 오래된 놈은 안 돼. 비쩍 말라 볼품없거든. 영양가도 다 빠져 나가 맛이 나무 판때기 같애. 우리는 그런 놈들을 나무고기라 불러요. 그런 건 안 묵어야 해."

붕장어는 횟감용은 작은 놈으로 쓴다. 보통 기계로 썰기에는 그런 놈이 낫다. 하지만 구이는 굵은 놈이라야 된다. 굵은 놈은 살도 살이지만 지방층이 두껍다는 이야기다. 생선의 지방은 몸에 좋은 거다. 비타민A 등 기능성 성분들이 많다. 구웠을 때 고소한 냄새와 맛은 그 지방에서 나온다.

김 씨는 석쇠 위에 붕장어를 바삭하게 구웠다. 일부는 자기만의 특유한 양념장을 발라 은박지 위에 다시 굽고, 일부는 그냥 생으로 구워 기름장에 찍어 먹으라 했다. "원래 먹던 사람이 맛도 안다고, 이거 채소 쌈 싸 갖고 드시 보이소. 훨씬 맛나지예? 양념도 다 우리가 만들어 하는 거니까 몸에 좋은 겁니다. 붕장어 구이는 양념 맛이 중요하거든예. 질 좋은 고기는 기본이고."

허! 입안에서 퍼석퍼석한 느낌이 없다. 퍼석한 건 오래 됐다는 이야기다. 입에 넣어 첫 느낌은 살이 제법 단단하는 것. 생각보다 야물다. 하지만 조금 씹으니 스르르 풀어 없어진다. 입에서 녹는다는 느낌. 뒷맛은, 양념장 바른 것은 달착지근하고, 소금 넣은 기름장의 것은 담백하다. 거기에 김 씨가 직접 담근 김치가 깔끔하니 시원하다. 군더더기 없는 맛이, 절 집에서 보는 김치 맛이다.

김 씨. 참 사근사근하니 붙임성 좋은 이다. 장성한 아들 딸을 두어 손자 볼 나이 됐다는데, 얼굴 피부가 참 곱다. 이것도 붕장어의 효과? 그는 "그럴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여하튼, 이거 술 도둑이다. 안주가 좋으니 크게 취하지도 않는다. 판은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펼쳐졌으나 남 부러울 것 없다. 붕장어 구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회'

조금만 인내하라, 참맛을 알게 된다

이렇게 썰어도 되나? 수보호(051-751-2414) 송성갑 사장이 막상 붕장어 회를 내놓았을 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광어 같은 보통의 회처럼 가로로 어긋나게, 또 포를 뜨듯이 뭉텅뭉텅 썰어냈다. 붕장어 회는 껍질을 벗긴 붕장어를 기계에 넣어 잘게 썰어 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렇게 큼직하니 썰어낸 건 처음 봤다.

수보호는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안에 있는 180여 개 점포 중 제54호 점포. 주인이 갖고 있는 어선의 이름을 그대로 따다 붙인 건데, 붕장어를 비롯해 여러 어패류 좌판을 벌여 놓고 있다. 송 사장은 매일 배를 타고 나가 낚시로 붕장어를 잡아 온다고 했다.

이렇게 보통 회처럼 썰어 내면 여느 붕장어 회와는 뭐가 다른지 물었다. 송 사장은 "씹는 느낌이 더 좋고 고소한 맛도 좋아진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붕장어 회 써는 법을 조영제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에게 배웠다고 했다.

사실 붕장어 회를 맛보기 위해 굳이 수보호를 찾은 것은 조 교수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조 교수는 "붕장어 회가 결코 싸구려 회가 아님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권했던 것이다. 조 교수는 왜 굳이 이런 회 썰기를 강조하는 것인가?

"붕장어 회는 흔히 질 낮은 것이라 여기죠? 오해입니다. 기존 붕장어 회 조리법이 잘못된 탓입니다. 보통 붕장어 회는 기계로 얇고 작게 썰어 내지요. 그 때문에 씹을 때 느끼는 육질의 단단함, 즉 씹는 맛이 떨어지는 겁니다. 또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물에 씻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맛이 다 씻겨 나가 버립니다. 물과 접촉하면 회는 밍밍해져 버립니다. 붕장어 회가 맛없다 하는 건 그 때문입니다."

붕장어 회를 먹고 탈이 났다는 건 독성이 있는 피와 점액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때문인데, 소금 등으로 이를 잘 제거하면 일반 회처럼 썰어내도 식중독과 같은 탈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컨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붕장어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느 회처럼 썬 붕장어 회는 약간은 어색했다. 다소 질기고 회 특유의 달콤한 향도 덜한 느낌. 그러나 질긴 탓에 입에 오래 남는데, 거기서 오히려 고소한 맛이 더 배어 나왔다. 이 사이에 씹히는 질감도 기존 조리법의 회보다 나았다. 약간의 인내를 가지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탕'

보양의 '약발' 바로 나타나다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몸이 후끈하다. 사골곰탕과 추어탕의 중간쯤? 꼭 그런 느낌인데 보양식도 보양식이지만, 이거 술국으로 딱 알맞겠다. 술 안주로도 좋고 해장용으로도 좋겠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빈 속을 든든이 채우면서도 답답한 속을 확 풀어주는 이 기묘함!

붕장어 탕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장어, 전복, 굴 요리를 하는 음식점 '강과 바다'(051-558-6987·부산 동래구 온천1동 453의 28)이다. 거기서 굳이 붕장어 탕을 주문했다. 차림표에 '우거지 장어탕'(6천 원)이 별도로 표기돼 있다.

심극보 사장은 붕장어는 구이나 회도 좋지만 보양으로 치자면 탕으로 먹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붕장어의 각종 영양분이 사람 몸에 가장 흡수되기 좋은 형태로 농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발'이 바로 나타난다고도 했다.

이 집의 붕장어 탕은 붕장어 뼈로 기본 국물을 낸다. 뼈는 구이 요리에서 남은 것들인데, 정갈하게 다듬어 보관한 것이라 한다. 이 뼈로 어느 정도 국물을 우려낸 뒤 중간 크기의 붕장어를 넣어 붕장어 살이 다 풀어져 흔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너 시간 푹 삶는다. 거기에 숙주나물, 배추 등을 넣고 다시 끓이면 회갈색 진국이 만들어진다.

보통 장어탕에서는 느끼하면서도 비릿한 맛이 나기 마련인데, 심 사장은 그 냄새를 녹각 등 한약재를 이용해 없앤다고 했다. 맛과 약효, 둘 다를 노린 것이다.

심 사장은 IMF 외환위기 전까지 건설업체를 꽤 규모 있게 운영했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맛있다는 음식점은 다 찾아다녔는데, 유독 붕장어 탕이 자신의 몸에 잘 맞았단다. 허해지기 쉬운 기운을 채워 주는 데도 전복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건설업을 접고 음식점을 차리면서 굳이 붕장어를 메뉴에 넣은 건 그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집의 메인 요리가 아닌데도 점심때 혹은 밤 늦은 시간 장어구이나 전복요리 대신 장어탕만을 드시러 오는 손님이 꽤 있다"고 했다. 몸에 좋은 건 널리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찾기 마련인 것이다.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