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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정치모색25-인물편⑦-1]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둣돌 2011. 7. 6. 08:30

"삼성백혈병 조사못한 정부, 이게 국가?
 발칙한 검찰... 대통령이 사표 다 받아라"
[무지개정치모색25-인물편⑦-1]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남소연 (newmoon) 기자장윤선 (sunnijang) 기자이경태 (sneercool)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그 어떤 사유 권력도 국가권력 위에 설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회가 불러도 돈 많은 사람은 안 나온다. 국민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 국회 청문회법을 강화해 안 나오면 구속해야 한다. 수천 명의 국민이 울고 있으면 국가가 나서 해결하는 게 당연하지. 청문회 불출석을 용납해? 이건 국가도 아니다. 삼성 백혈병 환자도 노동부가 하나마나한 조사를 하고. 이게 국가일까? 재벌의 종이지."

 

울컥했다. 조용조용 말을 시작했지만 점점 분을 삭이지 못해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평소 논리정연하고 냉정하며 차분하게 말 잘하는 그지만 국가가 국가답지 못하다고 고발하는 대목에선 치솟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다.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로 줄사표를 내고 대기 중인 검찰 조직에 대해선 "차제에 모두 사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 발칙한 조직이라는 게다. 유 대표는 "도대체 입법권이 누구한테 있는 것이냐"며 "개정 형사소송법을 오만방자하게 거부한다고? 이런 모습을 보이니 검사들이 특권의식에 젖어있다고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27재보선에서 쓴잔을 마신 그는 지난 4월 출간한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 프로모션도 접은 채 두문불출했었다. 한밤에 농 섞은 트윗을 자주 날렸지만 그마저도 뚝 끊었다. 상실의 시기였을까. 홀로 집에 칩거하며 낚시도 동네 주변에서만 했다. 그 시기 생각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4.27재보선 이후 두문불출한 유시민

 

아무도 자기편은 없고, 서로 주고받은 상처가 너무 많아 진보개혁진영 안의 열정이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진보 안에도 경계심이 가득 차 유 대표 자신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슬퍼 보였다. 하고자 하는 일이 안됐을 때 겪는 어려움이나 슬픔 같은 게 아니라, 존재론적인 고민을 할 때 겪는 저 밑바닥의 고통 같은 그런 슬픔 말이다.

 

유 대표는 언제가 끝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마이뉴스>와 만나지 않았다. 몇 해 기록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을 만큼 그와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마지막 인터뷰는 2008년 2월에 한 것이었다).

 

2011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6월의 마지막 날, 그는 서울 마포 국민참여당사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딸기주스와 커피, 얼음물을 놓고 마주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 한진중공업·유성기업 등 최근 노동현안이 많다. 6월 29일 다른 야당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는데.

"노동3권은 헌법상의 권리이자 시민권의 하나다. 노동조합의 입장을 떠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이 보장은 고사하고 존중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표현의 자유 억압, 언론 통제와 장악, 집회·시위의 허가제 운영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시민권이 억압받고 있다. 노동권도 마찬가지다."

 

- 민주정부 10년에 비해 시민권이 격하됐다고 보는 건가.

"이명박 정부 출범 전만 해도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는 상당히 안착돼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실현이 못 됐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된 게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그 진단 자체가 성급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우리 민주주의는 권력자의 선의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나 권력의 민주적 운영 의지에 크게 의존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런 해석이 아니라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게 역행하는 지금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가 과거로 퇴행했다기보다는 원래 우리의 수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 허약했던 우리 사회의 토대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뜻인가.

"허약한 토대 위에서 오랫동안 민주주를 위해 투쟁했던 대통령들의 선의가 결합해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가 유지됐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당시 그 어떤 누구도 그렇게 진단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3~4년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김대중·노무현) 두 분의 의지, 역량, 선의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던 민주주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권력이 교체되고 두 분이 떠나니 그 속살이,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 당시엔 한 번쯤 (권력이) 바뀌어도 괜찮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 말도 맞다. 권력이 바뀐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망했나? 그건 아니다. 다만, 힘들어지고 어수선해지고 전망이 안 보일 뿐이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라고 생각한다."

 

- 민주진보진영 내부에서는 어떤 성찰이 필요하다고 보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생각에 동의한다. 문재인 이사장은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참여정부가 왜 진보세력과 협력하는데 실패했는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이 크게 성찰하고 다른 이들도 각자 자기 몫의 성찰을 한 바탕 위에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정희 대표는 <미래의 진보>(민중의 소리) 권두언에서 '진보세력은 왜 지난 두 차례의 민주정부와의 관계에서 견제와 협력을 동시에 못 했나'는 의문을 깊이 살폈다.

 

각각 출발점이 다르지만 동일한 접점이 있는 문제의식이라 생각한다. 쉽게 말해 자유주의 세력 쪽에서는 진보진영을 향해 '지나치게 과격하다'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자유주의 세력을 향해 '불철저하다'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 유 대표도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진보진영과 마찰을 크게 빚었다. 정부 운영에서 진보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나.
"(한숨) 장관이야 1년, 2년 하는데 그분들은 평생 운동하는 분들 아닌가. 그런 데서 오는 차이일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자신의 견해를 널리 알리고 조금이라도 반영하기 위해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장관이나 대통령은 그 입장이 논리적으로 옳아도 반대여론을 마냥 무시하고 행정을 펼 수는 없다. 국가를 100% 진보적 견해에서 운영하길 바라고, 거기서 벗어나면 무슨 무슨 주의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좋은 일일까? 그렇게 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나 서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또 집권한다고 해도 (참여정부와 같은) 그런 상황을 맞이할 것 같아 겁이 난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 이창동 감독 등과 함께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을 봤다. 나는 취임식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노무현'다운 취임식을 해야 하는데 관(官)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는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우리들의 노무현에서 대한민국의 노무현이 됐는데, 취임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기 시작하면? 뽑아놨더니 지지자를 배신했다고 비난만 했다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민주주의가 그런 것 아닌가. 한 정파의 대표에서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정파의 대표였던 시절에 했던 것을 100% 그대로만 하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게 말하면 변명처럼 들린다. 옛날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 책 <국가란 무엇인가> 출판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는?

"R. 니버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가 필요하다."

 

- 국가의 역할이 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인가.

"원래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은 국가가 아닌 것 같다. 정당하고 합법적이라고 간주하는 강제력을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국가 권력의 본질이다. 그 어떤 사유권력도 국가권력 위에 설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안 그렇다. 국회에 나오라 해도 돈 많은 사람은 안 나간다. 이걸 보면서 나는 국민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 입법기관은 헌법기관이고 국민주권의 상징이다. 국회 청문회법 등을 아주 강화시켜야 한다. 국회가 불렀는데 안 나오면 구속해야 한다."

 

"오만방자한 검찰... 다 사표 받아라"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일컫는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그 가족들이 울며 거리를 다닌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크레인에 올라가 있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 아닌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막기 위해 국가가 만들어졌다. 국민 수백 명, 수천 명이 울고 있으면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행정부가 그 일을 제대로 안 하니 입법부가 나서서 청문회를 열려 했다. 그런데 당사자는 '정치가 기업에 개입하려 한다'며 청문회에 불출석한다. 이걸 용납하면 그건 국가도 아니다."

 

- 삼성도 문제인가.

"같은 라인에서 백혈병 환자가 대규모 발생했다. 젊은 여성노동자들이 6개월, 1년, 2년 만에 백혈병에 걸렸다. 그러면 노동부, 국립보건의료원 등은 이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했는지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돈 많은 회사 중 하나인 그곳이 젊은 사람들을 백혈병 환자로 내몰았는지 조사해야 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하나마나한 조사를 했다. 판사마저도 법원에서 서류를 보고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마당에 말이다. 재벌의 종이지 이게 국가인가. 이런 의미에서 국가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검찰은 어떤가. 검찰은 강한 국가권력 중 하나다.

"발칙하다. 국회가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거부한다고 하는데, 입법권이 누구한테 있나. 그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사법시험에 헌법은 포함 안 되나. 물론 의견은 낼 수 있다. 그런데 오만방자하게 거부한다고? 이런 모습을 보이니 검사들이 특권의식에 젖어있다고 비판받는 것이다. 차제에 다 사표 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어제 검찰수뇌부 집단사표 보고를 받고 걱정을 했다고 하는데 이게 걱정할 문제인가. 국가 기강을 세워야지. 검찰은 대통령 위에 설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대통령이 이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헌법에 따라서 받은 권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것이다."

 

- 재벌이나 검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 통치에 대한 과제 아닐까.

"진보의 과제다. 권력을 잡고 있는 이들과 차별화된 의제를 내세우는 것도 진보지만 국가의 기본이 제대로 안 돼 있을 때 사람 사이에 정의가 수립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진보의 몫이다. 이걸 자유주의자·보수주의자의 몫으로 돌려선 안 된다. 방 안 쓰레기부터 치워야 마당의  쓰레기도 치울 수 있다. 자꾸 누구의 몫으로 나누면 쓰레기는 영원히 못 치운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2011.07.05 15:14 ⓒ 2011 OhmyNews

"대선 출마 선언?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무지개정치모색25-인물편⑦-2]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남소연 (newmoon) 기자장윤선 (sunnijang) 기자이경태 (sneercool)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나는 그런 매파를 만난 적이 없다. 카메라 앞에서는 '참여당은 통합대상'이라고 했다. 야권이 모두 모이는 행사에서 밥 먹으며 '같이 해야지' 말하는 건 들은 적 있다. 그러나 이를 '진지한 대화' 시도라고 볼 수 있나? 손학규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다른 야당 대표들과 야권단일정당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진지하게 대화한 일이 없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야권통합과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에 불쾌한 견해를 밝혔다. 겉으로는 "함께 하자"고 말하지만 구체적이고 진지한 대화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것은 비단 참여당뿐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야권연대) 수준이나 분위기를 보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세월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민주당은 야권연대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선거 환경도 좋아지고 야권연대 없어도 내년 총선에서 50% 이상 의석을 늘릴 것이라 보는 것 같은데, 민주당 또한 야권연대가 안 되면 제1당은 못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려면 군소정당들이 40개 의석은 확보해야 하는데, 군소정당들이 야권연대 없이 40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한나라당이 170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처지에서야 지금 의석수와 비교하면 140석 정도 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약진이기 때문에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작은 당들도 이런 상황을 주어진 환경으로 봐야지 민주당만 욕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자성했다.

 

"참여당 내년 총선 20석 거의 불가능... 당원들에겐 이미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참여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 토론을 통해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론'을 확정했다. 당내 특위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통합진보정당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정작 진보 쪽에선 갸우뚱한다.

 

유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진보신당이 최종합의문 승인을 끝내 거부하는 등의 문제로 끝내 안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존 민주노동당과 적극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그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펴낸 <문재인의 운명>은 "차분히 정리된 터라 잘 봤고 그분에 대해 잘 모르던 사실까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몰랐던 사실은 "사모님께서 특전사 면회 오면서 안개꽃 사 들고 가신 것"과 "문 이사장이 왜 현실정치에 안 나오려 하시는지 등"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피선거권이 있으나 출마할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통합이건 연대건 야권이 힘을 모으는 것이며 현 정치행태나 정치문화, 정당지형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통합과 정치 혁신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그는 "이 판국에 대선 출마 선언?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그런 것 할 때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지난 당대회 때 참여당 이름으로 20석을 자신했던 그는 4.27 재보선 이후 견해를 바꿨다. 그는 "이미 당원들에게는 참여당의 20석 목표는 어렵겠다고 얘기했다"며 "그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 내부에서는 그 목표가 어렵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정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통합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민주당과 대등해지나?"라고 묻고 "대통령 되려면 기호 2번 달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이 국민참여당에 입당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면 그게 제정신인 사람이냐"고 되물었다. 

 

다음은 유시민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국민참여당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뜻을 밝히고 특위도 구성했다. 그러나 진보진영 내부의 반발 등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것 같다.

"우리가 모두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한다. 참여당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현재 진보정당도 진보진영 통합의 절차적 방식을 '신설합당'으로 하지 않았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참여당이 합쳐지는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는 당에 각자가 모이는 것이다. 단순 합당이 아니다. 또 세세히 따지기 전, 큰 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현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안 돼 있는 것 같다."

 

- 연합정치의 전제조건으로 '마음의 연대'를 강조했었다. 현재 어느 정도나 '마음의 연대'가 진행됐다고 보나.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겠다. 다만, 이런 얘기가 나오고 시도가 있다는 점도 많은 마음의 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새로운 시도를 할 만큼 각자의 마음이 충분히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은 마음의 변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진보신당은 안 됐다는 뜻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서로 내면의 변화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그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 될 수도 있지만…."

 

- 안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나. 진보신당이 최종합의문 승인을 끝내 거부하면.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참여당을 다 반기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물론 참여당 내부에서도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끝내 안 될 수도 있다. 다만 참여당까지 포괄한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당 집행부의 판단이다."

 

- 세 정당만 아니라 민주당까지 포괄해서 통합할 수는 없나.

"될 수만 있으면 좋은 일이다. 이를 놓고 윤리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치는 원하면 못할 게 없다. 다 된다. 공학적으로도 (야권단일정당이) 정권교체, 의회권력 교체 가능성에서도 유력한 방안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긴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정치하는 게 아니다.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거쳐 정당이 만들어졌고,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에 비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제는 100% 확실치 않아도 열심히 시도한다면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보낸 매파 만난 적 없다"

 

- 지금까지 참여당은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없어 만든 정당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야권단일정당이 가능해지려면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그 논의를 할 수 있는 기초가 아무것도 없다. 반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은 진보통합을 위해 연석회의도 한다. 또 당의 주요 인사들이 서로 계속 대화한다. 야권단일정당이 건설되려면 민주당이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의석수, 당 지지율을 볼 때도 민주당이 다른 야당을 압도하지 않나. 그러나 민주당은 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 민주당 쪽에서는 '수차례 매파를 보내 참여당에게 통합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는데?

"그런 매파를 만난 적이 없다. 누구한테 보냈는지 모르겠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 '참여당은 통합대상'이라고 말하거나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단일정당 소신을 밝힌 것은 언론을 통해 봤다. 또 야권이 모두 모이는 행사에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며 '같이 해야지'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은 있다. 그러나 이를 '진지한 대화' 시도라고 볼 수 있나?"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통합을 원치 않는다고 보나?

"평가를 할 수 없다. 지난 9~10개월 동안 손 대표와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손 대표가 당대표 취임 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하더라. 당 대표가 다른 야당대표들과 (단일정당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진지한 대화 시도가 없었다면 우리가 판단할 근거는 없다. 야권단일정당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기초가 없다고 보면 된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쓴 <문재인의 운명> 봤나.

"잘 쓰셨더라. 차분히 잘 정리했고. 그분에 대해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됐다."

 

- 모르던 사실은 뭔가.

"사모님께서 특전사 면회 오면서 안개꽃 사 들고 가신 것? 일찍이 사모님의 소녀취향에 대해서는 전해 들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또 문 이사장이 왜 현실 정치에 안 나오려 하시는지 그 이유를 잘 알게 됐다."

 

- 일각에서는 이 책을 두고 문 이사장의 '출사표'로 읽던데?

"일각이 아니라, 기자들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 아닌가.(웃음)"

 

- 문 이사장이 정치 외곽에 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나.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살아보면 안다. 그분의 인기는 정치 바깥에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분이 정치를 시작한다면…. 물론 반대 방향(정치를 안 할)일 가능성도 있지만."

 

- '문재인의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다."

 

4.27 재보선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 4.27 김해을 재보선 패배를 두고 친노의 분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보나.

"아니다. 당과 후보의 역량이 부족해서 진 것이다. 누가 안 도와줘서 지는 선거가 어딨나. 근본적으로 당과 후보의 책임이다."

 

- 당대표로서 정말 총력을 다 하지 않았나.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성공하던가.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열심히 해도 성공하지 못할 때가 있다. 후자에 우리가 속한 것이다."

 

- 선거 끝나고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기자들 때문에 힘들었다. 기사로 반 죽였잖아요.(웃음)"

 

- 2012년 대선에는 출마할 생각인가.

"피선거권이 있는데 그 권리를 행사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그런 얘기할 계제?"

 

- 계제?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내려간 것 때문에 그런가.

"지지율은 전에도 높지 않았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권교체가 제일 중요하다. 그와 더불어 정치 혁신도 중요하다."

 

-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유시민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다. 통합이건, 연대건 야권이 힘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현 정치행태나 정치문화, 정당지형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야권의 통합과 연대, 그 속에서 정치혁신의 가능성을 좀 더 키워야겠다. 정권교체는 당장 내년의 과제이고 정치혁신은 장기적 과제다. 둘 사이의 균형과 절충이 필요하다. 참여당 대표로서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과 연대에 노력하고, 정치혁신을 위해 참여당의 발전과 대중적 진보정당을 다른 정당과 함께 도모하겠다. 이 판국에 대선 출마 선언?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그런 것 할 때가 아니다."

 

- 그래도 유 대표는 박근혜 의원에 견줄 만한 야권의 대표 대선주자로 평가되지 않았나.

"주변에 와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믿지 않았다.(웃음)"

 

- 현재 유 대표는 거론 중인 야권 대선주자 중 어느 정도에 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사실 참여당의 지지율에 더 관심이 많다."

 

- 권영길 의원은 통합진보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내년 20석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유 대표도 당대표 수락연설 때 20석을 참여당의 총선 목표로 상정했었는데 변함없나.

"이미 당원들에게는 참여당의 20석 목표는 어렵다고 얘기했다. 야권의 연대와 연합이 매우 협력적인 형태로 됐을 때의 목표다. 그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20석 목표가) 어렵다고 인지하고 있다. 사실 국민은 참여당 의석수보다 내년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도 의회권력 교체에 초점을 맞추고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참여당이 좀 더 의석을 얻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야권연대 없으면 민주당 제1당 어렵다"

 

- <조선일보>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정권교체로 보는 인식도 있다. 정말 내년 대선, 정권교체 가능할까.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낼까를 고민한다. 앉아서 될까, 안될까 평가하는 것은 평론가가 할 일이다. 정치인들은 '무조건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 슈퍼스타K 방식으로 후보를 뽑자는 이해찬 전 총리의 제안은 어떻게 보나.

"그런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에 본령을 둔 주장이라 생각한다. 정당이 아이디어를 내서 국민이 좋아할 수 있는 후보를 뽑으라는 취지 아니겠나.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야권연대) 수준이나 분위기를 보면 무슨 얘기가 될 수 있을까 싶다.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이 야권연대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환경도 좋아지고 있고 야권연대 없어도 내년 총선에서 50% 이상 의석을 늘릴 것이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안 된다면 민주당은 제1당이 되지 못할 것이다."

 

- 제1당이 안 된다?

"군소정당이 40개 의석 정도를 확보해야 민주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야권연대 없이도 약 140석 정도를 확보할 것이다. 그러나 군소정당은 야권연대 없이 40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170석을 확보할 것이다. 현재 민주당도 이런 계산을 할 것이다. 다만, 지금 의석수에 비교하면 (140석도) 어마어마한 약진이기 때문에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다. 작은 당들도 그것을 주어진 환경으로 보고 그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을 욕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 진보정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맞나.

"통합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민주당과 대등해지나? 대선후보를 놓고 겨룰 수 있을 만큼 대등해지나? 어렵다. 대통령 되려면 기호 2번 달아야 한다. 대통령을 꼭 하고 싶다면 민주당 가서 정치하는 게 빠르다. 그게 상식이다. 대통령을 하고 싶은데 국민참여당에 입당하고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냉정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2011.07.05 15:15 ⓒ 2011 OhmyNews

 

 

"두렵다...'노무현 트라우마'로 모든 관계 파괴"
[무지개정치모색25-인물편⑦-3]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장윤선 (sunnijang) 기자이경태 (sneercool) 기자남소연 (newmoon)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우리 모두 초라해진 것 같아. 두려워. 정치적 낭만주의가 사라졌어요.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현실정치인으로부터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열정 없는 정치가 승리할 수 있을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약 2시간 30분간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자 빨대로 아이스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쭉 빨아들인 뒤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들이켰다. 그리곤 고개를 소파 뒤로 떨어뜨린 채 혼잣말을 했다.

 

유신시절 모두 함께 어깨 걸고 싸웠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상황논리에 치여 손 잡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길고 긴 <오마이뉴스> 인터뷰 끝에 약 7분 동안 고백에 가까운 긴 독백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료 기자는 마치 '유시민의 묵시록'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참여정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거치면서 우리 안의 정치적 낭만주의가 다 없어진 것 같다"며 "질풍노도 즉, 열정이 다 사라진 것 같고,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현실정치인으로부터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연 열정 없는 진보개혁진영이 저 거대한 보수진영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일단 나 자신이 그런 열정에 다시 휩싸이지 못하고 있고, 질풍노도의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용기를 못 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특히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두려움, 정치인·지식인·언론인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우리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계와 언론계는 필요하면 언제라도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지리라 생각을 하면서 정치를 하니 열정이 숨 쉴 공간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진보개혁진영의 큰 어려움"이라며 "예민한지 몰라도 열정 없는 정치가 승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 진보개혁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서로 공격하고 상처를 주었고 이것은 우리의 열정을 죽였으며, 이로 파생된 두려움과 경계심이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사람들의 관계를 압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마지막 인터뷰 내용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상황이 굉장히,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엉망으로 운영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낙관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낙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용기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만 해도 위축돼 있다. 좀 겁이 난다. 겁이 많아졌다. 참여정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거치면서 우리 안의 낭만주의가 다 없어진 것 같다. 낭만주의는 질풍노도 즉, 열정을 의미한다. 그것이 다 사라진 것 같다.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현실정치인에게서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위축돼 있다... 겁이 많아졌다"

 

- 왜 정치적 낭만주의가 사라졌다고 보나.

"열정 없는 진보개혁진영이 저 거대한 보수진영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 일단 내 자신이 그런 열정에 다시 휩싸이지 못하고 있고, 질풍노도의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용기를 못 내고 있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두려움, 정치인·지식인·언론인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졌다.

 

개인적으로는 우리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학계·언론계에서 우리 편이라 생각할 존재가 없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질 것이라 생각하며 정치를 하니 열정이 숨 쉴 공간이 없다. 이것이 진보개혁진영의 큰 어려움이다.

 

예민한지 몰라도 열정 없는 정치가 승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범 진보개혁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서로 공격하고 상처를 줬다. 이것이 열정을 다 죽였다. 그래서 두려움과 경계심이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사람들의 관계를 압도하고 있다."

 

- 진보 안에 열정이 사라졌다는 지적인가.

"열정이 있다면 시대정신과 대의를 따라 막 몰려가야 한다. 1987년 6월항쟁, 2002년 대선 때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진보 지식인·진보언론 등 모든 관계망이 긴장,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다. 동지애가 없다.

 

열정이 사라지고 난 뒤 이 관계망에는 각자에 대한 경계심, 치열한 수 읽기만 남았다. 비난, 공격에 대한 두려움만 읽힌다.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미래에 대한 총체적인 낙관과 희망이 있어야 흐름이 보이는데 그렇지 못하다. 현재 진보개혁진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경계심이다."

 

- 왜 경계심이 지배하게 됐다고 보나.

"시대적 분위기 같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이다. '마음이 모이지 않았다'고 밝힐 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나도 굉장히 두렵다. 모든 것이 두렵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어떤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까."

 

- 진보진영 내부가 오히려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의미하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더 훨씬 근원적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노무현의 서거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트라우마 탓에 모든 관계들이 다 파괴됐다. 노무현을 욕해서 이 관계가 복원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2011.07.05 15:16 ⓒ 2011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