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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죽음으로 몰아간 야만적 정치보복

노둣돌 2011. 12. 6. 11:51

 

[1회] 죽음으로 몰아간 야만적 정치보복

노무현 평전/[1장] <노무현 평전> 서설              2011/09/02 09:40 김삼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 사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철학ㆍ종교ㆍ문학ㆍ사상ㆍ정치ㆍ예술ㆍ경제 등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을까.

사람이 주인인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이족동물(二足動物)의 꿈이고 이상이다. 인류의 문명화과정은 바로 이 가치의 구현을 위한 줄기찬 진보이고 투쟁일 터이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고 불리하더라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항상 비정했다. 야만적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현실적 성공자들은 바보로 치부하고 따돌림을 한다. 하지만 민중은 그리고 역사는 그들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모름지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법질서와 권력기관의 집행에서 탈법성이 없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특히 정치 ㆍ검찰ㆍ사법ㆍ재벌ㆍ언론 등 힘 있는 기관이 중심이 된다.

명색이 민주공화제의 국가에서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고 사람답게 살고자 한 전직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교체로 후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귀향 1년여 만에 권력의 작용에 의해 생을 마감한다면, 그런 사회를 선진국 또는 선진화로 가는 국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진은커녕 후진을 넘어 야만의 수준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평화적 정권교체의 본질인 민주공화제를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노무현 전대통령을 ‘타살형 자살’로 이끈 권력이 그가 권력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주기 위해 모두 풀어주었던 검찰권력, 세무권력, 언론권력의 합작에 의한 것이라면 야만성은 가히 중세기 급에 속한다. 공권력과 거대 사권력이 야합하면 못할 짓이 없다. 서양 중세기에는 왕권과 교황권이 합작하여 마녀사냥을 자행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며칠 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9%가 ‘노 전대통령이 정치보복을 당했다’고 하고, 이 사건에 누가 가장 책임이 큰지에 대해 1순위와 2,3순위를 복수로 응답하게 한 결과 56.3%는 검찰, 49.1%는 언론을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전대통령 서거와 관련,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56%에 이르렀다. (주석 1)

노 전대통령의 투신자살에 공권력과 이에 못지않는 권력기관이 된 언론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이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이었다. 요약하면 거대한 공사(公私)의 권력이 노 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결론에 이른다. 야만사회, 전제국가가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승만 정권의 김구 암살과 조봉암 사법살인과 4ㆍ19 시민ㆍ학생 학살, 박정희 정권의 장준하 의문사ㆍ김대중 납치와 사형선고ㆍ인혁당 8인 처형, 전두환 정권의 광주학살과 박종철ㆍ이한열 살인, 노태우 정권기의 학생ㆍ노동자들의 분신ㆍ투신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독립지사, 민주화운동가들이 참변을 당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이번에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표로 당선되었던 (2007년 이명박의 압승도 2002년 노무현이 얻은 총 득표보다 50만 표가 적었다) 전임 대통령이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 한국적 참사는 선진화, 선진국 따위의 캐치플레이즈가 얼마나 위선이고 반문명적이고 야만성의 허울인가를 말해준다. 수평적 정권교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2009년 4월 30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회원들과 지지자들이 검찰을 비난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 근현대사에서 특출한 민족의 지도자 대부분이 타락한 보수권력에 의해 타살되거나 비운의 생을 접었다. 최제우ㆍ전봉준ㆍ여운형ㆍ김구ㆍ조봉암ㆍ장준하ㆍ김대중(미수)ㆍ노무현이 그들이다. 이들의 죽음에는 사건에 따라 지령자와 하수인이 없지도 않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구조’에 있다. 조선왕조 인조반정 이래 기득층을 형성해온 노론계열의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 도전자들을 공권력을 동원하거나 사권력을 이용 혹은 이들이 합작하여 철저하게 제거해왔다. 한국사회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모순의 ‘구조’가 이들을 처형ㆍ암살ㆍ법살ㆍ의문사ㆍ자살을 가져왔다.

다음은 한 심리학자가 ‘악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과정을 묘사한 대목이다.
어떤 언론인이나 정치학자보다 적절하게 분석하고 있다.

노무현이 활짝 웃는 그 순간부터(퇴임 뒤 봉하마을 거주 ㅡ 필자) 노무현이 행복한 표정을 지은 그 순간부터 그리고 그 모습을 보기 위한 순례행진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그의 부활을 막기 위한 공격은 시작되었다.

노무현의 부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파렴치범으로 모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그 어떤 공격을 받고도 불사조처럼 되살아나는 노무현을 영원히 끝장낼 수 있었으며, 도무지 희망을 포기할 줄 모르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시들게 할 수 있었다. 만일 그것이 성공한다면 ‘권력을 쥐면 누구나 부패한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치란 어차피 그런 것이니 속편하게 관심을 꺼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을 영영 접은 채 각자의 이익만을 탐욕스럽게 쫓을 테니, 기득권세력은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었다.

먼지 하나까지 샅샅이 훑고 털어라!
비리사건이 아니어도 좋다. 단지 비리사건으로 몰아갈 수만 있으면 된다.

반격할 틈을 주지 말고 압박해라!
그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르다.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히면 거짓자백이라도 할 지 모른다.

망신을 줘서 창피하게 하라!
그는 명예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여론몰이로 파렴치범이라는 낙인만 찍을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누가 알겠는가.

봉하마을의 노무현 저택을 아방궁이라고 왜곡함으로써 포문을 연 수구보수 세력은 2008년 6월 경부터는 본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은 노무현이 무단으로 국가 기록물을 가져갔다면서 그를 도둑놈처럼 묘사했고,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에 착수했다.
(주석 2)


주석
1> <한겨레>, 2009년 6월 2일.
2> 김태형,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210~211쪽, 예담,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