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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테헤란①]53년 아작스에서 2010년 준돌라까지: 이란에 대한 미국의 테러

노둣돌 2012. 2. 24. 09:14

 

이란의 핵보유 정당성 보여주는 美제국의 침략사

[위기의 테헤란①]53년 아작스에서 2010년 준돌라까지: 이란에 대한 미국의 테러

 

문형구 기자 munhyungu@daum.net

 

입력 2012-02-18 17:03:41 l 수정 2012-02-20 10:45:53

 

 

미국의 3대주간지인 <뉴스위크> 편집장인 마이클 허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둔 2002년 11월 "동맹국들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필연적이며 바람직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동맹국들은 이처럼 강력한 미국의 보호를 받고있다는 점이 얼마나 행운인지 진실로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장면은 우리에겐 섬뜩할 정도로 낯이 익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언론들이 주로 써먹었던 수법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당시 일본의 유력지였던 시사신보도 "세계의 1등국인 대일본제국의 국민이 된 한국인이야 말로 감사해야한다"(1910년 8월)고 주장했었다.

미국은 제국(帝國)이다. 물론 2차 대전 이후 형식적인 정치적 독립이 허용되고 금융적 수탈의 강화 등 착취의 방법이 세련화되면서, 제국주의의 외양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국의 징표가 무엇인가를 따질 필요도 없이 미국은 그것을 실천적 태도로서 입증해왔다.

미국은 공공연하게 국제법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에게 복종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가차없는 보복을 가해왔다.

'국가건설'이 공식적인 연구분야가 될 정도로 미국은 수많은 나라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미 정부를 수립한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들 가운데 얼마 안되는 실패 사례의 하나가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미국의 정부 전복과 친미정부 수립을 극복하고 중동의 정치강국으로 부상해왔다.

1953년 아작스 작전에서 2010년 준돌라 사건까지:이란 민중에 대한 미국의 테러

테헤란의 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 대통령 인형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테헤란의 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 대통령 인형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이란은 풍부한 석유 자원 때문에 제국주의 국가들의 놀잇터가 됐다. 2차대전까지 이란을 지배한 영국은 앵글로-이란 석유회사(AIOC)를 통해 석유 자원을 독점했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진 나라임에도 석유로 벌어들이는 로열티 보다 많은 소득세를 영국에 냈고, 자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영국보다 더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

'테헤란의 봄' 이후 확대된 민중들의 힘을 기반으로 1951년 모사데크 총리가 취임했고 이란은 석유국유화를 본격화한다. 이에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아작스 작전(Operation Ajax)'을 통해 1953년 군부쿠데타를 일으키는데, 그 결과로 들어선 것이 1979년까지 계속된 친미정권인 팔레비 왕조였다. 미국과 영국은 이후 이란 석유 지분의 80%(미국 40%:영국40%:팔레비 왕조 20%)를 차지하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이란 민중들은 팔레비 왕조하에서 소작농의 지위를 면치 못했고 합법적인 정치 활동도 막혀있었다.

이란에 핵 기술을 전수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친미 팔레비 왕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현재의 이스라엘과 같은 '경비견'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핵개발 프로그램을 전수했다. 1957년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력 협정을 체결, 20년에 거쳐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농축우라늄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1979년 친미 정권에 염증을 느낀 민중들은 힘으로 친미 왕정을 종식시켰고, 이것이 '이슬람 혁명' 혹은 '호메이니 혁명'이다. 그러자 이란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돌변했으며, 이란의 핵 기술은 이후 미국의 지속적인 근심거리가 되었다. 그 해 3월 이란 국민들은 98%의 지지로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했지만, 이후에도 미국은 석유 이권을 되찾고 중동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에 대한 봉쇄·전복 정책을 지속한다.

1980년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부추겨 이란-이라크 전쟁을 촉발시켰고, 전쟁 직후부터 이라크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했다. 당시 미국이 후세인에게 제공한 기술에는 탄저균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들이 포함됐다.(1994년 미 상원 금융위원회 보고서 및 1995년 질병통제예방센터 후속보고서) 이 생화학무기들은 이후에 이라크에서 폐기됐음에도, 미국은 이것을 2003년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사용했다.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인 90년대 이래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전복 시도는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화했는데, 이것들은 '정권교체'라는 명분 하에 의회의 공공연한 승인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작은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최근의 사례로는 파키스탄의 이란 접경인 발루치스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테러집단인 '준돌라(Jundullah)'가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2월 두바이에서 키르기스탄으로 향하던 준돌라의 리더 '압돌말렉 리기'가 이란 영공에서 체포되면서 밝혀졌는데, 그는 미국 CIA로부터 자금과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이슬람혁명수비군과 이란 민간인들에 대한 살상 테러를 벌여왔다.

2008년 3월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CIA는 압돌말렉 리기에게 접근해,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이란 인접국가에서 그의 신변보호를 약속하며 "모든 반 이란 그룹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기에 의하면 CIA 요원들은 "이란에 대해 당장 미국이 (군사적으로)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에 당신들(준돌라)이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요커>지의 저널리스트 세이모어 허쉬에 의하면 부시 정권의 이란 정권교체 법안에 의해 마련된 4억 달러의 일부가 준돌라에 제공됐다.

'준돌라'의 리더 압돌말렉 리기. 그는 CIA의 지원을 받아 이란에 대한 테러를 벌여왔다.

'준돌라'의 리더 압돌말렉 리기. 그는 CIA의 지원을 받아 이란에 대한 테러를 벌여왔다.


이란은 사실 미국의 뼈아픈 실패담이다. 1953년 이란 모사데크 정부의 전복은 2차대전 이후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미 제국주의가 선보인 새로운 통치방식의 첫번째 실험이었다. 이후 중동과 남미의 많은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실험들이 잇따라 성공했다. 그러나 호메이니 혁명 이후 이란은 중동 반제국주의 진영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NPT를 이용한 미국의 핵 독점과 페트로-달러 체제(Petrodollar)에 대한 균열요인이 되고 있다.

핵 없는 국가에 대한 미국의 잔인성

핵무기, 혹은 그와 유사한 억지력을 갖지 못한 국가에 대한 미국의 잔인성은 이라크와 리비아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2003년 미국의 침공이 있기 전 이라크는 공식, 비공식의 여러 채널들을 통해 "미국의 규정에 위배되는 미사일은 존재하지 않는다(사담 후세인)" "우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타릭 아지즈 부총리)고 밝혔다. UN의 이라크 무기 사찰단장인 한스 블릭스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후세인이 대량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리비아 역시 이라크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의 보유 여부가 이라크나 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침공 이유는 아니었다. 미국은 과거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에 생화학무기를 제공했고 자신들의 작품인 이란의 샤 왕조엔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 미국의 판단 기준은 오히려 반미국가에 대한 '군사적 해법이 가능한가'에 있었기 때문에, 이라크와 리비아의 무장해제는 오히려 중대한 판단착오임이 드러났다. 북한 역시 70년대 후반부터 핵 개발을 다그치지 않았다면 소비에트 해체 이후 지속된 미국의 전쟁 위협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이란 침공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사실상 미국의 통제를 받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11월 '이란이 핵무기 개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3월 다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보고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페르시아만과 바레인 마나마, 쿠웨이트, 아프간 등에는 유례없는 규모의 미군 병력과 첨단무기가 전진배치돼 있고, 미군의 전위대 역할을 할 이스라엘 군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 훈련을 실시중이다.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란은 산업적 목적으로 쓰기에도 부족한 수준인 3~5%의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원자로를 돌리기 위한 20% 급으로 높이기 위한 과정에 있을 뿐이다. 물론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침공 당시처럼 얼마든지 이란과의 전쟁 명분을 조작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란 사태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국가의 핵 무장 필요성을 보여준다 하겠다.